[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침체에다 고금리 탓에 금융조달 여건이 열악한 가운데 실적 감소로 현금마저 줄면 투자도 위축될까 우려됩니다.
6일 각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경기가 부진해 반도체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하락반전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값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으로 기업의 금융조달 여건은 이미 나빠져 있습니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그룹들은 윤석열정부 기업친화정책에 호응해 대규모 투자 및 일자리 계획을 내놨었지만 이행하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외부자금조달이 어려운 환경에서 현금 유입 창구인 실적까지 나빠지면 투자여력도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분기 삼성전자는 재고를 줄여 영업흑자를 방어했지만 평년보다 높은 수준의 재고는 앞으로의 실적에도 부담요소입니다. 삼성전자의 작년 말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으로 전분기 57조3198억원보단 줄었지만 작년 초 40조7134억원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메모리 칩 가격이 하락하자 재고평가손실도 커졌습니다.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재무상태는 월등히 양호한 수준입니다. 삼성전자의 연말 유동비율은 279%, 부채비율은 26%로 각각 전분기 294%, 36%보다 개선됐습니다. 차입금 비율도 3%로 전분기 4%에 비해 낮춰졌습니다. 순차입금 비율은 –30%로 무차입경영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늘어나던 현금 추세가 반전된 게 부정적입니다. 4분기초 보유 현금(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예금 등)은 128조8200억원이었는데 분기말 115조2300억원으로 13조5900억원 줄었습니다. 작년 초 124조2100억원에 비해서도 8조9800억원 감소했습니다.
삼성전자 재고는 한때 가전 사업에서 늘다가 연말엔 반도체 비중이 커진 듯 보입니다. SK하이닉스 재고도 비슷하게 커졌지만 LG전자는 작아졌습니다. 반도체 재고는 전자제품에 비해선 진부화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메모리 시황만 회복되면 재고평가이익에 따른 실적 상승의 기저효과가 클 수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재고자산이 지난 4분기 15조6330억원으로 전분기 14조6650억원이나 작년 초 8조9500억원보다 급증한 상태입니다.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한 만큼 재무부담이 커졌습니다. 차입금은 작년 초 17조6200억원에서 연말 23조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차입금 비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36%로, 순차입금 비율은 14%에서 26%로 나빠졌습니다. 4분기말 보유 현금이 6조4090억원으로 작년 초 8조6730억원보다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4분기에도 수출기업 중 드물게 호실적을 거둬 현금 유입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 친환경 설비 등 투자를 지속하며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초 107조7930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연말 112조1860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같은 기간 64조2370억원에서 74조2370억원으로 15.6%나 급증했습니다. 충당부채가 10조8790억원에서 12조4310억원으로 14.3% 증가한 것도 눈에 띕니다. 다만, 보유 현금이 작년 초 12조7960억원에서 연말 20조8650억원까지 증가해 차입금 비율이 130.5%에서 123.4%로 개선된 게 긍정적입니다.
LG전자는 연말 재고자산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평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작년 초 재고자산은 10조2143억원이었는데 연말엔 9조3888억원이 됐습니다. 4분기 실적은 감소했지만 연중 실적이 좋아 보유현금은 연초 6조515억원에서 연말 6조3224억원으로 선방했습니다. 하지만 LG전자 역시 전장 사업,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투자가 늘어나는 부담이 상존합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은 작년 초 166%에서 연말 145%로 감소했지만 순차입금비율이 24%에서 26%로 올라갔습니다. 차입금이 9조9300억원에서 11조500억원, 순차입금이 4조8300억원에서 5조8200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연말 침수피해로 인해 영업적자를 봤지만 연중 실적이 좋았던 효과가 있습니다. 보유 현금이 작년 초 18조1560억원에서 연말 18조739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 역시 환경이나 신사업 관련 투자가 지속되며 차입금이 21조7410억원에서 24조306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순차입금도 3조5900억원에서 5조5540억원으로 1조9640억원 커졌습니다. 순차입금비율은 6.5%에서 9.5%가 됐습니다.
한편, 지난해 이미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회사채 시장 부진,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됐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주식과 회사채 공모발행액은 204조5747억원(주식 21조9408억원, 회사채 182조6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9046억원(-11.6%) 감소했습니다. 또 작년 상장법인 중 인수합병(M&A)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137개사로 전년 141개사보다 2.8% 줄었습니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이 감소하고 코스닥시장이 증가해 투자 금액 규모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례로 주식매수청구대금만 해도 2636억원으로 전년 8274억원 대비 68.1%나 감소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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