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체감 온도가 여전히 영하를 기록하며 추운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쪽방촌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추위에 취약한 노년층이 대부분이어서 일까요.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던 주민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18일 서울 영등포쪽방촌에 수건이 널려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전봇대 사이에 빨래줄을 걸고 수건을 널어 놓은 모습, 창고같은 시설물함에 '소변금지'가 써있는 모습, 담배를 피기 위해 잠깐 나온 주민들의 모습 등입니다.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습니다. 출퇴근하는 시민, 명절 귀성객이 몰리는 지하철역과 기차역이 동시에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출근할 곳도, 명절에 갈 고향과 기다리는 가족들이 대부분 없습니다.
물을 버리기 위해 잠깐 밖으로 나온 한 어르신은 "(가족 없는 명을) 서운하긴 뭐, 할 수 없지. 교회에서 떡국도 주고 이불도 줬다"는 말과 함께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영등포 쪽방촌 안에 있는 홈리스복지센터에서는 연탄 배달 행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연탄이 필요한 10여세대에 오늘 하루에만 2000개의 연탄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연탄재 수거함에는 까맣던 연탄이 빛 바랜 채 쌓여있었습니다.
18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연탄재들이 쌓여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명절에 어디 가겠어요…여기가 내 집이에요"
종로구 돈의동 쪽방으로 넘어오니 '우리 마을 안전, 환경 지킴이'라는 조끼를 입은 쪽방촌 거주자가 수레에 전선 자투리 같은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었습니다. 거주지의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몸도 움직이고 소일거리도 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복지 담당자가 오자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복지 담당자들은 쪽방을 돌며 가구별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약은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등 주민별로 맞춤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쪽방촌의 모습은 설을 앞뒀다고 특별히 더 외롭지도, 물가가 올랐다고 먹고 사는게 더 팍팍한 모습이라고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사는 곳의 환경미화에 신경 쓰고 이웃 또는 복지사와 소통을 하고, 어려운 것이 있으면 쪽방마다 위치한 쪽방상담소로 가면 되니까요. 중장년 또는 1인 가구가 가장 두려워한다는 고독사는 오히려 서울의 쪽방촌에서는 드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쪽방은 비참하다'는 모습보다는 주민들 나름의 커뮤니티와 질서를 형성하며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돈의돈 쪽방 입구에 위치한 작은 슈퍼에서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주민은, 명절 어떻게 보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쪽방사는 사람들이 명절에 어디로 가겠어요. 쪽방도 자기 집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쪽방촌 주민이 '우리 마을 안전, 환경지킴이' 조끼를 입고 환경미화를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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