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계청의 한 통계 수치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신혼부부의 대출 현황과 같은 신혼부부들의 기본적인 금융자산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통계였는데, 그 내용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팍팍한 현실에 대한민국의 미래마저 어둡게 보여지는 통계 결과였다.
지난해 혼인신고 이후 만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 중 대출 잔액이 있는 부부의 비중은 89.1%였다. 전년의 조사결과 보다 1.6%p나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대출 잔액의 중앙값 역시 1억5300만원으로 1년새 15.4%나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억원 이상 대출 비중이 2020년 29.9%에서 2021년 37.3%로 7.4%p 높아졌다는 점이다. 반면 같은 기간 2억원 미만 대출 비중은 70.2%에서 62.7%로 7.5%p 떨어졌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그만큼 신혼부부들의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끌 대출'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통계는 신혼부부들의 자녀 계획이었다. '내집 마련' 여부에 따라 초혼 신혼부부의 자녀 계획이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집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아이를 낳냐 마냐가 결정되는 현실의 씁쓸함을 보여줬다. 실제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는 59.9%가 자녀를 낳았지만 무주택 신혼부부는 50.1%만 자녀를 가졌다.
집값 등 결혼비용 부담으로 인해 결혼을 주저하는 이들도 늘고 있었다. 지난해 신혼부부 수는 110만1000쌍으로 1년 전보다 7.0%(8만2000쌍)이 줄었는데,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역대 최대 감소 기록을 갈아 치웠다. 결혼 적령기인 30대 인구 감소와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 추세 등이 겹치면서 혼인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다.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50여년 간 한국의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된다면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인구대국의 경제규모가 한국을 추월하면서 2075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집값 걱정에 아이 낳는 것마저 주저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신혼부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원리금 상환 지원, 청년층 주거 정책 등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2030세대가 집값 걱정, 경력 단절 걱정 등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경제 발전을 해도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결혼과 출산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영끌 신혼부부의 한숨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박진아 금융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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