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주를 제외하고 5대 시중은행 취약차주를 대상으로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해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제1금융권 차주만 지원하고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운 취약차주가 몰려있는 제2금융권을 서민금융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최근 제2금융권이 수익성 악화와 자본 적정성까지 위협받고 있어 중도상환수수료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결국 금융당국과 제2금융권은 사회공헌을 위한 공동과제를 발굴하는 형식으로 취약차주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상황에 몰려있는 대출자의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한 조치와는 거리가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은 취약차주에 대한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약정기간 만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했을 때,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 일부를 보전받는 수수료다. 통상 수수료율은 가계대출은 0.5~1.4%, 기업대출은 0.9~1.4% 수준에서 책정된다.
이론적으로는 한시적으로 시중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면 취약차주들이 다른 은행의 더 낮은 대출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것인데, 과연 실제 효과가 기대만큼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취약차주들이 기존 대출보다 대출이자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취약차주가 실제로 많지도 않다. 대출이자도 제때 내기도 어려운 취약차주들이 원금과 이자를 한 번에 중도에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기준 5대 은행의 연 8% 이상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평균 13.16%에 불과할 정도로 은행권에 저신용자 취약차주가 많지 않은 점도 실효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취약차주 대부분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새희망홀씨 등의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당초 은행권은 신용등급 하위 30%·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7등급 이하·금리 7% 이상 주택담보대출 차주 등에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당정이 취약차주 범위를 넓히라고 요구해 KCB 기준 5등급 이하 차주까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등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취약차주에 한해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동참하겠지만, 대출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차주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금융회사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보여주기식 금융지원은 이쯤에서 멈춰야 할 것이다.
이혜현 금융부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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