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11일 시작된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기준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과 위주라던 은행 측 주장과 달리 출산휴가자, 은행 사택 거주자 등이 퇴직 대상이 된 것.
◇ "애 낳고 왔더니 퇴직이라니"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몇 지점에서 퇴직 통보를 받은 행원들은 ▲ 대체인력(부부가 한 은행에 근무)인 경우 ▲ 출산 휴가 중인 경우 ▲ 회사가 임차해준 주택에 살고 있는 경우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 인트라넷 직원게시판에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며 "성과가 아닌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은행측이 시원스런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3년치 성과'를 기준으로 권고퇴직 기준을 정했다는 은행 측 주장과 달리 출산휴가자들은 최근 2년치 성과 밖에 없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가에서 저출산장려정책을 쓰는데 애 낳고 오면 직장에서 나가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한 남자 행원은 직장도 잃고 사택도 나가야 해 거의 파혼 지경"이라는 분위기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선 지점장도 이번 퇴직의 '성과 기준'이란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사람 수 줄이는 데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압박
이번에 권고퇴직에 나선 인원은 전체 직원 2만6000여명 중 12% 수준인 3000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인력 500명도 포함됐다.
민병덕 은행장은 지난 9월 추석 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와 협의 후 희망자에 한해 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정리해고에 가깝게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주 초부터 일선 지점장들이 지점내 약 15명 인력 중 3~4명에게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을 요구 중이다. 지난 14일 지점장들에게 퇴직 중간집계를 내게 했고 다음주 월요일에도 중간 집계를 낼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 실적은 지점장 인사 고과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일선 지점장들이 더 강도높게 퇴직을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측은 현재의 권고퇴직은 인사고과가 낮거나 조직 부적응자에 한해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퇴직권고를 받고도 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직원들은 성과향상본부에 배치돼 카드, 보험 영업 등 허드렛일을 맡게 된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 측이 당초 합의와 달리 강제성 있는 권고퇴직에 나섰다고 보고 제동을 걸 예정이다. 이번 사안을 놓고 노사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큰 혼란에 쌓일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KB국민금융 회장 역시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앞으로 두 달간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