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 진심 어린 사과하라"
첫 기자회견…"초동 대처 없어 발생한 인재"
"정부·지자체·경찰 모두 참사 책임 인정해야"
'책임규명·소통보장·2차 가해 방지' 등 정부에 요구
2022-11-22 14:39:10 2022-11-23 00:23:1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번 참사의 책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경찰에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사와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사망자 158명 중 34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의 요구사항과 현재 심경을 밝혔다.
 
희생자 A씨의 아버지는 "대학 졸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아빠 나 합격했어'라고 울먹이던 휴대폰 녹음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참혹했는지 모르겠다"며 "너를 보낸 후 휴대폰에서 그리 가고 싶어하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이 문자로 왔는데 너무 원통하고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다른 희생자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들며 "어떻게 부모가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 시간, 제대로된 장소도 알지 못하고 떠낼 수 있겠냐"며 "어떤 순간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누군가 도와줘 심폐소생술이라도 받았는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는지 이 정도라도 알아야되지 않겠냐"고 불명확한 진단서 내용을 내보였다.
 
이어 "아들 휴대폰에서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 알람이 울린다. 이 땅에 젊은이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 알았다면 옆에 있을 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 걸"이라며 "먼저 보낸 미안함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그는 "한달 전 오디션을 거쳐 다음달 방영을 앞두고 매일 같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 등 오직 작품에 온 신경, 정성을 쏟고 있었다"며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에 믿을 수 없어 병원으로 가보니 지한이가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 곳에서 숨 쉬기 어렵다, 살려달라, 통제해 달라고 울부짖었다면 설렁탕을 먹은 후 뒷짐 지고 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겠냐"며 "이번 참사는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가 분명하다. 첫 112신고가 들어온 오후 6시34분 제대로 대처만 됐다면 1명도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족 측은 이날 정부에 △진정한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희생자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대책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 전했다.
 
유족 측은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 방문자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정부·지자체·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요청했다. 또 "모든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거짓 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에게 진상 및 책임 규명의 경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및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사의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는 피해자들과 소통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무분별하게 발생 중인 2차 가해를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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