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을 재구성한 컴퓨터 3D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나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참사의 최초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참사의 최초 사고 경위, 원인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국과수에서 3D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보해 줄 예정"이라며 "이걸 받아봐야만 사고원인과 당시 현장 재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4일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제보 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141개의 영상 자료를 국과수에 넘겼다. 당시 공간의 군중 밀집도와 그 영향 등을 3D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을 때 참사가 발생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과수의 3D 시뮬레이션 작업은 통상 한 달 정도가 소요되지만 특수본은 사안이 중요한 만큼 신속한 작업을 요청했다.
참사와 관련된 책임으로 초기 입건됐던 주요 피의자에 대한 1차 조사도 마무리 단계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특수본에 출석하고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특수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 용산서 전 정보과장(경정) 등을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이 초기 입건한 피의자는 총 7명이있으나, 수사 도중 숨진 전 용산서 정보계장을 ‘공소권 없음’으로 전환했다. 불법 증축 혐의로 입건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도 이번주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날 이 전 서장에 대한 핵심 조사 내용은 참사 전 경비 기동대 요청을 둘러싼 용산서와 서울청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기동대 사전 요청의 진위 파악으로 전망된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서면 답변 자료에서 "서울청 112상황실과 경비과에 재차 확인한 결과, 핼러윈과 관련해 용산서에서 경비 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이 지난 16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나흘 전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집회·시위로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 증언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단 경비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요청했는지 계속 확인 중에 있다"며 "(용산서 직원 조사에서) 진술 내용 중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냐'는 직원 답변과 용산서장이 '그래도 노력해 봐라'고 얘기했다는 진술이 있어서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핼러윈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개입된 박성민 서울청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도 이번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정보보고서 삭제와 관련된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고 규정에 의해 삭제했다는 주장이 있어 증거인명의 의도를 갖고 지시한 건지 입증해야 한다"며 "직원 조사가 필수적이라 단계를 밟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6명인 피의자는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피의자 추가를 계속 검토하고 있고, 오는 23일쯤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날 핵심 피의자 1차 조사가 끝난 뒤,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관련해 책임 소재를 한 기관에 집중할 수 없어 구속영장 신청 이전에 추가 피의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대한 이번주까지 추가(2차) 소환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주요 피의자 조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신병처리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3차 조사까지 진행된다면 다음주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수사 상황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한 강제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고 조만간 행안부와 서울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이상민 강제수사 가능성)과 관련해 수사 상 필요한 절차는 모두 진행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1일 오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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