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1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역할론'이 제기됐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의 용인 아래 운신의 폭을 넓힌 모양새다. 향후에도 미사일 도발 기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중국이 과거와 다르게 한반도 위기 고조에 우려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섣불리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주석과 취임 후 첫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관해서도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에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과거 입장과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가 한미 군사훈련에 따른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보다 "평화 수호해야", "남북관계 개선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지지하겠다는 '조건'을 붙이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북한도 일정 부분은 중국의 입장이나 태도를 좀 보면서 핵실험이라든가, 추가적인 핵 미사일 고도화 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는 나름대로 자기 계획대로 갈 가능성이 있지만 핵실험은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일정 부분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신중론에 북한의 연내 7차 핵실험 감행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앞서 진행해왔던 미사일 도발은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에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 실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대미 억제력에 대한 과시, 완전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정치적 인정 등의 여러 가지 실리적인 것들을 취하는 것이 목표라면 핵실험이 중요하지는 않다. 기술적 도약에 있어 어느 단계에서 필요해서 할 수는 있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인공위성을 띄우거나 ICBM을 새로운 신형 버전으로 만들어내는 게 훨씬 더 억제 효과에 있어서 실리적이다. 핵실험 만큼 비난받기 어렵고, 중국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연내 핵실험 감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실험에 미국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얻을 실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 감행 가능성만 내비친 채 대미 압박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최대한 끌기 위한 시기를 선택해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 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12월부터 동계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동계훈련 선상에서도 여러 가지 시험 테스트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핵무력 완성 선포일 5주년인 11월29일에서 12월초까지 레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정상각도의 ICBM 시험이나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