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친환경 대형 트럭 시장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 트럭 시장에선 배터리보다 가벼운 수소연료전지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행거리가 길어진 전기 대형트럭이 등장하면서 수소보다 넓은 인프라를 앞세워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12월 첫 대형 전기트럭 '세미'를 출시하고 미국 식음료 업체 펩시코에 공급할 예정이다.
테슬라 대형 전기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세미는 약 300마일(483㎞), 500마일(804㎞) 모델로 나온다. 테슬라는 2024년까지 연간 5만대 규모로 생산할 방침이다. 가격은 500마일 기준 18만달러(약 2억6000만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00마일 주행거리에 대해 "화물 용량에 대한 희생 없이 화물을 실은 상태로 500마일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임러트럭은 지난 9월 열린 상용차 박람회 'IAA 하노버모터쇼'에서 전기트럭 'e악트로스 롱홀'을 공개했다. 공개된 모델은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1회 충전시 최대 500㎞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볼보트럭은 지난 9월 44톤급 전기트럭(FH, FM, FMX) 양산을 시작했다. 볼보트럭은 세 가지 모델과 함께 총 6개의 전기트럭 모델을 출시하며 가장 폭넓은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볼보트럭은 전기트럭을 국내에도 들여올 방침이다. 연내 인증 절차, 보조금 확정,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마무리하고 내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은 12단 변속기를 채택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300㎞를 주행한다.
이들 대형 전기트럭의 주행거리는 수소트럭과 비슷하거나 더 멀리 간다.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트럭인 현대차 엑시언트의 1회 주행거리는 400㎞ 안팎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볼보트럭을 비롯해 다임러트럭, 만트럭, 스카니아 등이 중대형 전기트럭 개발 및 양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선 수소트럭의 우세를 예상했다. 트럭에 무거운 배터리를 달면 차 중량이 무거워지고, 여기에 화물까지 실을 경우 주행거리가 대폭 짧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단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차)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용차는 수입차 의존도가 높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신차로 바꿀 때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미 많이 팔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및 충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수소 대형트럭으로 경쟁하고 있다. 수소트럭의 강점은 수소탱크가 배터리보다 가볍고 충전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전기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하려면 고출력 배터리를 많이 탑재해야 한다. 반면 수소트럭은 가벼운 수소탱크를 추가하면 된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엑시언트를 양산해 현재까지 스위스 회사에 47대를 수출했다. 10월에는 2년 만에 종합 누적거리 500만㎞를 달성했다. 액시언트의 주행거리는 350㎞~400㎞로 알려졌다.
볼보트럭은 현재 최대 1000㎞ 주행이 가능한 수소 트럭의 시범 운행을 진행 중이다. 충전시간은 15분 미만이다. 연료전지는 볼보그룹과 다임러트럭의 합작사 셀센트릭에서 생산된다. 토요타도 2020년부터 일본 히노자동차와 손잡고 수소 대형트럭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트럭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친환경 트럭 보조금과 혜택이 늘어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 트럭을 모델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에서 대형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다. 이에 비해 대형트럭이 연간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양은 자동차 전체 배출량의 24.2%에 달한다. 전동화가 어떤 차종보다도 대형트럭 시장에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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