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 29일, 참사 발생 시점 직전까지 11건이나 되는 112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초 신고인 당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가 압사 위험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를 살펴보면 이날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 접수된 112 신고는 모두 11건이다.
이들 11개의 신고내용을 보면 ‘압사’가 5번, ‘통제’가 4번, ‘사고’가 2번 등장한다. 당시 현장의 인파들이 수 시간동안 느꼈던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자료=경찰청
오후 6시34분…참사 발생 약 4시간 전
이 중 최초 신고는 이날 오후 6시34분 해밀털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쪽에서 이뤄졌다. 당시 신고자는 “좁은 골목인데, 클럽에 줄서있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엉켜서 잘못하다 압사당할것 같다”며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등 조치를 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오후 8시11분 ‘강력 해산 조치’했다며 이를 종결 처리했다. 경찰의 처리대로라면 당시 엉켰던 인파는 해산됐지만, 인근 행인과 상인들은 이미 참사 4시간 전에 ‘압사’를 연상할 정도의 공포를 느꼈던 셈이다.
오후 8시9분·33분…참사 발생 2시간 전
이후 오후 8시9분 두 번째와 8시33분 세 번째 신고는 모두 인파 혼잡을 호소했다. 신고장소는 모두 참사장소 바로 인근이다. 신고자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넘어지고 다치고 하고 난리”, “핼러윈 관련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쓰러지고 통제가 안 된다”고 신고했다.
8시53분 네 번째 신고에서 다시 ‘압사’가 등장한다. 해밀턴호텔 인근에서 신고한 신고자는 “핼러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며 “아수라장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주변에 경찰은 배치했다고 안내하며 종결 조치했다.
자료=경찰청
오후 9시…참사 발생 1시간여 전
7분 후인 오후 9시, 다섯 번째 신고장소 역시 해밀턴호텔 인근이다. 신고자는 “인파들이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으로 “사람들이 밀리고 사고 우려가 크다”라고 했다.
불과 2분 후 “인파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떠밀리고 있다”는 여섯 번째 신고, 그로부터 5분 후 “사람이 많아서 압사 될 분위기”는 일곱 번째 신고 모두 사고 위험성과 통제 필요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인근 시민 통제’, ‘현장상황 설명’으로 종결했다.
이후에도 오후 9시10분 여덟 번째 신고부터 10시11분 열한 번째 신고까지 모두 인파가 지나치게 많이 몰렸다며, 사고 위험성과 통제 필요성을 재차 얘기했다.
오후 10시11분…사건 발생 4분 전
특히 사고 직전인 10시11분 신고자에게 경찰은 “신고자와 통화해 본 바 경찰 도움 필요 없음 확인 후 상담 종결”이라고 조치했다. 경찰이 현장상황에 조금만 더 신경썼어도 사상자 수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게 된 것은 앞으로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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