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광고기사를 낸 애경과 SK케미칼을 뒤늦게 검찰 고발했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한주 남은 상황에서 고발된 만큼, 검찰 기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2016년 공정위가 문제가 없다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최근 재조사한 건이다. 당시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발까지 6년이나 걸린 만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고발 시점은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결정을 한 지난 24일이 기점이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판매하는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당시 이 제품이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여러 보고서를 통해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 실제 이 제품은 유해 성분인 CMIT·MIT를 함유해 폐 질환 등 피해를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2016년 해당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을 광고로 보기 어렵고 행정처분시효도 지났다며 심사에서 제외했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기사 형식도 광고로 볼 수 있고 처분시효도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등 지난달 29일 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판결을 통해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더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부과됐을 가능성이 있고 고발, 형사처벌도 이뤄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랴부랴 공정위는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달 7일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문제는 검찰고발에도 해당 사건의 처분 시효가 이달 30일 만료라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경산업·SK케미칼·SK디스커버리 3개 사의 가습기살균제 부당 광고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한다고 26일 밝혔다. 표는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공정위의 조사 부실로 뒤늦게 고발하면서 애경과 SK케미칼이 재판에 넘겨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검찰의 사건 공소시효 또한 처분시효와 같이 한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시광고법의 공소·처분시효는 제품이 판매를 위해 마지막으로 진열된 시점부터 5년을 기준으로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마지막 진열 시점은 2017년 10월 31일이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가습기살균제 부당 광고 혐의로 두 기업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김남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기소하려면 검찰이 사건을 검토하고 피해자와 피고 측 진술을 받고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있다"며 "5일 남겨두고 기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시간이 촉박해보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공소시효 기준이 공정위의 처분시효와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도 있다. 대법원이 지난 4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상품 수거 등 시정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위법 상태가 계속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보면 공소시효가 이달 30일이지만 공정위 처분시효와 다를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사건 처리가 결과적으로 상당히 늦어졌고 헌재가 결정한 취지 정도의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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