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는 제조업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무선 업데이트(OTA)와 자율주행 기술이 확대하면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된 IT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을 비롯해 완성차업체들은 자체 운영체제(OS)를 직접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현대차그룹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은 올해 말 기준 1000만대에서 2025년 2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술 및 비전을 발표하는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열었다.(사진=현대차그룹)
이에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선 연말부터 출시하는 현대차그룹의 모든 신차에 자체 개발한 ccOS를 적용한다. 내년부터는 OTA도 기본 적용한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자체 OS를 통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엔비디아와 커넥티드카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후 2020년 출시된 제네시스 GV80과 G80은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ccOS가 탑재됐다. 앞으로는 모든 차종에 이 운영 체제를 도입해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자체 OS는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을 아우르는 콕핏 시스템뿐만 아니라 차량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OS로 인포테인먼트 관련 전장 부품을 넘어 차량 내 모든 전자제어장치(ECU)를 통합하고 이를 제어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율주행·로보틱스와 함께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 확보에 달려있다”며 “미래 가능성을 인류의 삶과 고객의 일상에 구현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해 목표를 구체화한다. 방대한 모빌리티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명령의 맥락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지난 8월 '포티투닷(42dot)'을 인수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 개발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폭스바겐은 자체 차량 소프트웨어 'VW.OS'를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자체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비율을 현재 10%에서 2030년 6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 역시 각각 자체 OS인 'MB.OS', '아린(Arene)'을 개발 중이다.
혼다는 올 초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인공지능 SW 개발 기업 '헴닷에이아이(Helm.ai)'에 투자했다. 혼다는 영상 인식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자율주행 자동차 등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혼다는 소니와 손잡고 전기차를 개발한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그룹별 차량 특징에 기반한 OS 구조화와 브랜드 차별성 확보가 용이하다"며 "스마트폰 전환기에 IT 기업의 OS 전략과 결과를 학습한 완성차 업체들은 통합형 OS 개발을 통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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