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2년…'퍼스트 무버' 전략 통했다
대외환경 위기 속 '글로벌 톱3' 견인
로보틱스·UAM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 제시
IRA대응·출고지연 해소·중고차 진출 과제
2022-10-12 06:00:00 2022-10-12 0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위기 속에 현대차그룹을 세계 톱3 자동차 그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동화 투자를 본격 확대하면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신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미래 로보틱스 비전 '메타모빌리티'를 그룹의 지향점을 바꿨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329만대8529대다. 현대차 187만9041대, 기아(000270) 141만9488대다. 일본 토요타그룹(513만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에 오른 지 12년 만에 두 단계 올라섰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 상황으로 완성차 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으로 공급망 관리에 선방한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아이오닉 5, EV6 등 상품성 높은 전기차 출시로 유럽·미국 등 자동차 강국에서 선전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기준 누적으로 전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 200만대를 돌파했다.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 전략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 회장의 의지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공적 개발로 이어졌다. E-GMP는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정 회장의 방향성 아래 구체화됐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을 열고 정의선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 수상자로 발표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현대차)
 
정 회장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사업영역을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확장했다. 미래사업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추진한 인수합병(M&A)이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일 정도로 로보틱스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정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투자했다.
 
UAM의 경우 2028년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 미국 UAM 법인명을 슈퍼널로 확정하고 기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UAM 기체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UAM 수직 이착륙장 건설, 통신 인프라 및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UAM 상용화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대한항공과 협력하고 있다. KT하고는 최근 7500억원 상당 주식 맞교환을 하며 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 협력방침도 발표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지난해 보다 다양한 전기차가 나오면서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 됐다"며 "로봇, UAM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단순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대표 기업으로 치고 나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2년의 큰 성과에도 정 회장 앞에 높인 과제도 많다. 당장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책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 현대차고 짓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양산이 가능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영 실적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경영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과 강성 집행부가 이끄는 노사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에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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