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로봇, 집중투자에도 경쟁력 취약
(미래차 로봇전쟁②)기업 속도전 못 따라가는 정부
글로벌 로봇산업 경쟁력 주요국 중 최하위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 등 규제 해소 움직임
2022-10-05 06:00:00 2022-10-05 0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호텔이나 식당과 달리 길거리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행 도로교통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로봇은 보행로에서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로봇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각종 규제에 가로막히다 보니 국내 로봇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글로벌 로봇산업과 한국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은 산업·의료·가정·군사 등 산업용과 서비스용 로봇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장규모는 2020년 기준 243억달러(약 33조7900억원)에 이른다. 이중 한국의 로봇시장은 30억달러(약 4조1700억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12.3%에 불과한 데다 글로벌 시장이 연간 9% 성장할 때 한국은 2%대의 성장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가반하중 15㎏의 협동로봇 2대와 자율주행 물류로봇으로 구성된 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며 제품을 만들 수 있다.(사진=현대위아)
 
한국의 로봇 밀도는 932대로 전 세계 평균인 126대를 크게 웃돌았고 일본(390대), 독일(371대), 미국(255대), 중국(246대)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높은 로봇 수요에도 한국의 로봇산업 경쟁력은 주요국과 비교해 떨어진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산업 종합경쟁력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 6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종합 경쟁력 1위, 독일이 2위, 미국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중국보다도 뒤진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신산업인 만큼 일상 속에서 알지 못하는 기존의 규제들이 서비스 발달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선제적인 규제 혁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홀로 인도, 차도, 횡단보도 주행이 불가하다. 또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촬영 및 영상 수집에 제약이 따른다. 현대차(005380), KT(030200), 우아한형제들 등이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하고도 배송사업에 본격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이다. 
 
로봇업계는 정부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조건부로 실증을 진행해왔다. 우아한형제들의 로봇배달 서비스는 2020년 9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후 2년 가까이 지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기존에는 경기 수원시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로만 제한되다가 지난달부터 광교호수공원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안전기준을 만족한 배송로봇의 인도, 공원 통행을 내년부터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로봇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지능형 로봇법'에 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도를 통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의 범위를 특정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시속 15㎞ 이하, 무게 60㎏ 이하의 자율주행 로봇은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포지티브 정책 규제 의존도는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빌리티 분야도 굉장히 심각하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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