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여론조사)③국민 55.8% "한일 정상회담 실패"
37.6% "한일관계 개선 첫 발 뗀 의미 있는 회담"
TK마저 54.8% "실패한 회담"…보수층 66.5%·국민의힘 지지층 82.0% "성과"
2022-09-30 06:00:00 2022-09-30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절반 이상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과거사 현안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한일관계 개선의 첫 발을 뗀 의미 있는 회담"이라는 평가는 37.6%에 그쳤다. 보수진영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마저도 절반 넘게 "실패한 회담"이라고 바라봤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8%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실패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37.6%는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했고,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6.7%로 조사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났다. 2년9개월 만의 양국 정상 간 회동으로,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의 훈풍이 기대됐다. 하지만 우리 측 발표와 달리 30분 '약식회담'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일본은 '간담'이라며 격을 더 낮췄다. 모양새도 나빴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을 위해 그가 있던 행사장으로 찾아갔다. 양국 국기와 테이블도 없이 비공개로 두 정상이 마주했다. 특히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달랐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여부조차 확인을 꺼렸고, 일본 언론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이 외교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한 것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뉴욕에서까지 성사 여부를 놓고 양국 기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오갔다.
 
윤 대통령의 조급함이 되레 일본에 주도권만 내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도 했지만, 공동선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오부치 전 총리의 사죄가 전제됐다는 점은 잊었다. 강제 징용자 배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명확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 확인되자, 민주당은 "과정도 결과도 굴욕적이었다"며 "빈손, 비굴 외교"로 비판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절반 이상이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20대 실패 55.2% 대 성과 37.1%, 30대 실패 56.8% 대 성과 37.1%로, 2030에서는 절반 넘게 한일 정상회담을 '실패'로 규정했다. 40대의 경우 "실패한 회담"이라는 응답이 70%를 상회했다. 50대에서도 "실패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60%를 훌쩍 넘겼다. 40대 실패 71.4% 대 성과 25.2%, 50대 실패 66.9% 대 성과 28.0%였다. 반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세 이상에서는 절반 넘게 "의미 있는 회담"이라고 답했다. 60대 이상 실패 38.9% 대 성과 51.8%였다.
 
지역별로도 부산·울산·경남(PK)과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실패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서울 실패 55.4% 대 성과 36.0%, 경기·인천 실패 61.7% 대 성과 31.0%, 대전·충청·세종 실패 53.1% 대 성과 42.8%, 광주·전라 실패 63.7% 대 성과 30.9%였다. 특히 보수진영의 대표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실패한 회담"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실패 54.8% 대 성과 40.9%로 조사됐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은 실패 46.0% 대 성과 46.4%로 팽팽했고, 강원·제주는 실패 38.9% 대 성과 56.1%로 이번 회담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데 절반 이상이 공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 절반 이상이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했다. 중도층 실패 58.0% 대 성과 32.8%였다. 또 보수층 실패 26.9% 대 성과 66.5%, 진보층 실패 81.1% 대 성과 14.5%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진영별로 확연히 달랐다. 국민의힘 지지층 실패 12.0% 대 성과 82.0%, 민주당 지지층 실패 91.4% 대 성과 5.1%로, 지지 정당별로도 입장이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09명이며, 응답률은 4.5%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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