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합병 투표 강력 규탄 "판도라의 상자 열리는 것"
2022-09-28 09:30:34 2022-09-28 09:30:34
(사진=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왼쪽).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하기 위한 주민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추진키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병합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가짜 주민투표의 결과를 미리 정해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준비한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실시한 주민투표의 불법성과 절차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병합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러시아군에 대한 즉각적인 철군 요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러시아는 오는 30일 해당 지역을 정식으로 자국령으로 선언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안보리 화상 연설에서 이번 투표를 "다른 나라의 영토를 훔치려는 시도"라며 "가짜 주민투표가 정상적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러시아의 현 대통령과는 대화할 게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한다"며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과 추가 대러시아 제재를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제출할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이번 주민투표가 "돈바스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사로 그들의 땅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장쥔 대사는 "모든 나라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대립과 정치적 고립, 제재는 오직 막다른 길로 향할 뿐"이라고 전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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