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포스코가 포항 제철소 침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여야 공방 한가운데서 진땀을 빼고 있다. 술렁이는 시장의 수급 불안을 잠재우는 한편, 공장 옆을 흐르는 냉천 범람을 어떻게 대비했는지 설득력 있는 답변도 준비해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달 4일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나란히 증인으로 불러 태풍 침수 피해와 재난 대응에 대한 신문을 진행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최 회장은 여당인 국민의힘 조은희·이만의 의원이 신청했다. 반면 이 시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출석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포스코의 책임론을, 야당은 포항시의 냉천 관리 문제를 파고들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기업인을 줄세워 다그치는 ‘호통 국감’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포스코 침수 책임에 대한 질책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여야는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 위원회에서 포스코의 침수 예방 부실과 냉천의 구조 문제를 두고 부딪혔다. 예고된 태풍에 제대로 대비했는지 따지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이 경영진 흔들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냉천 구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포스코도 사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여야의 증인 신청에 포스코와 포항시 모두 목이 잠겼다. 포스코는 연내 공장 정상화를 위해 전사 역량을 쏟는 가운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침수 책임론도 대응해야 한다. 그간 포스코는 정부의 책임론 제기 이후 냉천 범람과 포항제철소 내 침수 대비 내용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로 항변해왔다.
정부발 포스코 책임론이 나온 다음날(15일)에는 냉천 범람 주변 지형 사진 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냉천 바닥준설, 불필요한 구조물 제거 등 하천을 재정비해 물길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 냉천 범람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태풍, 폭우 등에 대비한 냉천 재정비를 위해 포항시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냉천 문제를 지목하되 포항시와 전면적인 책임 공방은 피하고 함께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27일에는 스테인리스 제품 수급 차질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도 냈다. 시중 재고가 4개월치에 달하지만 해외 법인을 통한 소재 수급, 온라인 판매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안전도시 종합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포항시도 책임 공방 대신 포스코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일 ‘안전도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재난 대비와 포스코 등 철강 기간산업을 위해 하천과 빗물 펌프 등 시설물 설계 성능을 기존 20년~100년 단위가 아닌, 최소 100년 이상으로 대폭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포항시는 국내 최고 수준 전문가로 구성된 용역진, 포스코 등 기업과 시민이 참여해 방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양측 다 말을 아껴야 하는 분위기 같은데 포항시는 인명 사고 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초유의 사태를 맞은 포스코는 누가 무얼 잘못했는지 따지기보다는 연내 공장 복구와 시장의 불안감 대응 등 역할이 많아 정치권 움직임에 큰 힘을 쏟을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포스코는 연내 포항 제철소 전제품 재공급을 목표로 공장별 전원 투입, 설비 복원과 시운전을 병행하며 압연공정 복구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압연 지역 전원 투입율은 86% 수준이며 설비 클리닝 작업은 8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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