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에 대한 '친일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에서는 버스정류장에는 조선총독부와 일장기를 연상하는 그림이 설치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아픈 역사를 넘어 변화과 극복을 담은 광화문광장 역사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작품의 뜻을 설명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곧바로 그림을 철거했다.
실제로 본 그림은 서울시의 해명이 궁색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림의 3분의 1은 붉은 일장기로 꽉 채워져 있었다. 세상을 밝히는 '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일장기라니, 마치 조선이 일본에 지배되고 있는 것마냥 보기가 불편했다.
아무리 서울시가 작품에 뜻이 있다고 해도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 전시되기에는 그림에 담긴 뜻이 너무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이 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일이 터졌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정동야행' 행사는 '근대화'를 대표하는 시설이 몰린 정동에서 진행이 됐다. 여기서 또 일왕과 일제 헌병 제복 대여가 논란이 됐다.
광화문광장 그림 사건으로 '초민감' 해야할 서울시에서 불과 한 달도 안 된 사이 또 '친일' 논란이 터진 것이다. 서울시는 일제 제복을 전시한 환복소 운영업체가 당초 승인을 받지 않은 의상을 임의로 전시했다며 시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업체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반복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일단 터지고 난 다음의 수습이기도 하지만 '일장기' 논란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작품 의도를 오해했다', 이번 '일왕 의상' 논란은 '대여업체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식이다. 그 어디에도 서울시의 반성과 성찰은 없다.
공공장소에 설치해야 하는 설치물은 시민들이 그냥 지나는 길에 봐도 논란이 되지 않을 만큼 직관적이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광화문 일대는 더욱 그렇다.
버스정류장에 작품을 전시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관점에서 봤더라면. 그리고 의상 논란 또한 업체의 잘못도 크지만, 일개 소규모 업체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비난을 피해가겠다는 서울시의 의도가 공공기관으로서 최선의 입장이라는 것이 아쉽다.
그렇게 '사고 예방' 강조하는 서울시가, 비슷한 논란이 터지면 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변명할건지 궁금하다. 시민들에게 이 모든 일의 주체는 결국 '서울시'였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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