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갓생('God'과 '인생'을 결합한 신조어)' 사는 통신사 '인싸'(인싸이더) 마케터는 어떻게 마케팅 활동을 할까.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실제로 KT(030200)가 지난해 마케팅을 포함한 판매관리비에 쓴 금액은 2조4257억원에 달한다. KT 커스터머 부문의 사업본부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담당은 KT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통합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총괄 조직이다. 이곳의 마케팅프로모션팀 소속인 서제학 과장은 KT 입사 후 현장 경험을 제외하고는 광고, 디지털 마케팅, 프로모션 업무를 거친 13년차 마케터다. 그를 만나 KT의 주요 마케팅 방식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제학 KT 마케팅프로모션팀 과장. (사진=KT)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사이트가 나오려면 자기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KT의 문화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서 과장이 속한 마케팅프로모션팀은 최근 이심(eSIM) 상용화에 맞춰 생소한 개념의 듀얼번호 서비스를 이색 듀얼버스 프로모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중화했다. 실물이 없는 서비스를 이미지화해 외관이 두 가지 색으로 나뉜 버스를 제작했다. 내부는 반전 클럽 라운지로 꾸며 평일에는 홍대, 광화문, 강남역 등 서울 중심가를 순회했으며 주말에는 KT위즈파크, 자라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돌며 인기를 끌었다.
서 과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로 여유 있는 시간에 다양한 인풋 입력이 가능했다는 점을 꼽았다. 전시회,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를 보거나 독서를 했고 지인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주제가 있으면 어떻게 비틀어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확실히 다양한 경험이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퇴근 후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으며, 총 2권의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6만 팔로워의 SNS 공감글 페이지 '회의하는 회사원'을 운영하는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하상욱, 글배우 등과 함께 '대한민국 SNS 10인 시인시대' 전시회도 진행했다.
코로나19라는 역대급 변수 탓에 마케팅 활동도 큰 변곡점을 맞았다. 군집 행위가 금지되면서 사실상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 중지되다시피 했고, KT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소통'으로 눈을 돌렸다. 결혼식, 대학 축제, 임관식을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원 생중계 시스템을 지원했다. 이후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뮤직 페스티벌 'KT 보야지 투 자라섬(VOYAGE to Jarasum)을 3년 만에 재개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한 야외 활동을 위한 고객들을 위해 기획된 '키즈랜드 캠핑'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 과장은 "프로모션 활동이 오프라인 위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마케팅에서 비용 대비 수익률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서 과장이 속한 마케팅프로모션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프로모션 데이터를 관리하고, 고객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했다. 서 과장은 "예전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신청을 받고 당첨자들에게 안내하는 식의 일방향적 소통이었다면 최근에는 예약 홈페이지를 만들어 로그인·로그아웃 기록을 관리하고, 마케팅에 동의한 대상으로 맞춤형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즈랜드 캠핑' 때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는데, 고객들의 적나라한 반응을 알게 되고 향후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면서 "수치가 정량화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고객의 니즈와 반응을 파악해 궁극적으로 서비스 이용 가입으로 이어질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 과장은 "아이디어가 채택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시로 팀장에게 의견을 내고, 늘 고민하게 된다"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절충하면서 사회적으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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