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사람도 피가 잘 통해야 몸이 건강하죠. 신촌 상권도 마찬가지에요. 도로를 막으니 혈관이 막혀서 교통체증도 심해지고 상권이 침체된 겁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23일 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신촌 상권 활성화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 중 하나인 신촌 상권은 1990년대까지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힐 정도로 서울의 대형 상권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홍대 상권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해 2010년대 들어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강북 3대 상권'서 2010년대 들어 하락세
이 구청장은 신촌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을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에서 찾았다. 서울시는 2014년 '연세대 정문~신촌역 구간'에 승용차 진입을 막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주말엔 아예 차량 통행을 막고 평일엔 노선버스만 통행 가능해지면서 상권 접근성이 악화돼 상권 침체가 가속화됐다는 논리다.
이 구청장은 “대체도로를 만들어놓고 지정했다면 덜했을텐데 신촌 상권이 2014년 지정 이래로 계속 급전직하하고 있다”며 “신촌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으나 실제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는 상인들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신촌 상권의 쇠퇴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외에도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2011년 개교하며 유동인구가 줄어서 상권이 쇠퇴했다거나 상권 다양성이 홍대 상권에 뒤쳐지면서 패권을 홍대 상권에 넘겨주면서 기울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이 화근
이에 대해 이 구청장은 “1학년 학생들이 송도 캠퍼스에 간 것이 다소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 규모로 봤을 때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상권이 홍대로 이사갔다는 부분도 일리있지만,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이 그런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반박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23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
서대문구는 신촌 상권 활성화와 교통 흐름 개선을 위해 연세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해제하고 차가 다니는 거리로의 원상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의 교통심의를 거쳐 향후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업 시행 후에도 여러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운영평가위원회를 통해 운영 성과를 확인하며 향후 정책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최근 서대문구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두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촌 상인, 세브란스 병원 방문객, 현대백화점 방문객, 창천교회 교인 등은 대부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연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반대의견이 많았다. 최근 환경단체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해제를 반대했다.
"전용지구 해제 '환경 오염' 주장은 억지"
이 구청장은 “연세대 학생회도 만나서 의견을 들어 대학생들이 우려하는 문화행사 위축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보행자 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안전장치 설치를 함께 진행하겠다”며 “환경단체들은 연세로에 차가 더 다니게 하면 매연이 더 늘어난다고 얘기를 하는데 차가 연세로를 못 가면 그 주변 다른 쪽으로 다니고 있는 것은 사실로, 환경 오염에 빗대는 건 제가 보기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에서 서대문구 내 각 지역의 상권분석을 진행한 결과,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의 경우 상업 점포의 5년 생존율이 32.3%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한 해 개·폐업 점포 수를 분석한 결과 서대문구 전체에선 개업이 폐업보다 42개 많았던 것에 비해, 신촌동은 폐업이 개업보다 91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며 신촌 상권의 쇠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 구청장은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해 600대가 넘는 많은 주차장을 확보하면 차를 갖고 오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와서 주차하고 필요한 약속들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신촌에 대형 공연장이 없는데 학생이 적은 창서초등학교를 만약에 다른 학교와 통폐합하고 대형 공연장을 만들면 젊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 보러 오면서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경의선' 상부에 복합공간 조성
이 구청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경의선 지하화도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한 복안 중 하나이다. 수색~서울역 경의선 지상공간을 지하화한 후 상부공간에 공원을 비롯한 복합공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중 연세대 앞 경의선 철도부지에는 서대문구 관내 9개 대학과 인근 서강대, 홍익대와 연계한 신대학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휴부지에 대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공연장과 같은 문화예술시설부터 벤처연구단지, 청년창업플랫폼 등을 조성해 청년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와 별도로 우리도 용역을 발주해 대학과 기업들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간부터 스타트업 공간, 공연장, 도서관 같은 젊은 사람들이 끼를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며 “서부선 경전철, KTX와 연계해 경기대부터 이대·연대·서강대·홍익대·명지대까지 각 대학을 지하 광장과 터널로 연결하려고 한다. 임기 내 적어도 사업을 확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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