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파월의 입'에 놀란 시장이 위축되며 코스피가 2%대 급락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에 연내 긴축 마무리 기대감이 낮아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증시 추세 전환의 이벤트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가오는 긴축·경기둔화 부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63억원, 5589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6002억원을 사들였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히면서 투심이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8분 남짓 짧고 굵은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긴축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9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7월처럼 큰 폭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도 발언했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10원(1.43%) 오른 135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135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4월29일 이후 13년4개월 만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파월의 연설이 시장 기대를 저버리면서 랠리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는 7월 이후 약세장 속 기술적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긴축과 경기 부진 두가지 부담이 여전히 코스피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파월 발언이 추세 전환이나 급락세를 당길 이벤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인상 속도 가속과 같은 언급을 하지 않았단 점에서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는 생각"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제에서는 잭슨홀 회의가 조정을 넘어 하락 추세를 유발할 이벤트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장 연구원은 "매파적 연준에도 전 저점 회귀 가능성은 낮다"며 "연설이 내년 금리 인하 기대를 되돌릴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며, 긴축 우려가 지난 6월보다 크지 않고 경기 침체 울도 6월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월 연설 직후 증시가 크게 출렁인 것과 달리 여타 금융시장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는 점에도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황수욱 연구원은 "주가가 조정된 것에 비해 잭슨홀 회의 결과 연방기금금리 선물곡선 변화나 금리 변동성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증시에서 투심은 급격히 냉각됐지만, 미국채 금리는 2년물만 1.06bp 상승했을 뿐 여타 만기물은 0.5bp 전후 등락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파월이 금리 인하 기대를 꺾으려 하면서 경기둔화와 역실적 장세 진입에 따른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동길 연구원은 "수출 증가율 하락과 이익 추정치 하락을 고려하면 9월 코스피 상단은 2600p, 하단은 2350p 수준"이라며 "실적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업종과 방어주, 에너지 변동성 헤지 방어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연구원 역시 "내년 금리 인하 기대를 연준이 불식시키려고 하면서 경기가 더 둔화될 수 있다"며 "9월 중순부터는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역실적 장세로 진입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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