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24년 만에 최고치인 5.2%대까지 높였다. 최근 국내 물가상승률이 6%대에 이를만큼 위험 수위에 있고 하반기에도 추석을 비롯해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조치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악재가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은 2.6%로 낮춰 잡았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4.5%를 0.7%포인트나 상회하는 수치다. 아울러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로서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9%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다.
전망대로 올해 연간 물가 5%대가 현실화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올해 상반기 물가는 4.6%로 예상했고, 하반기는 이보다 더 높은 5.9%로 관측했다. 내년의 경우 상반기 물가는 4.6%, 하반기는 2.9%로 예측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중 각각 3.6%, 3.1%로 전망했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높인 것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3%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상치 않고, 하반기에도 추석을 비롯해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의결문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며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가 정점의 경우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시기보다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점은 7월 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을 지난 후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결과다.
부문별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각 -1.5%, -0.5%에서 -3.8%, -1.5%로 낮아졌다. 수출 둔화, 재고 증가, 부동산 경기 부진 등 여파가 반영됐다.
또 상품 수출, 수입 증가율도 각 3.2%, 2.9%로 각각 0.1%포인트, 0.5%포인트씩 하향 조정됐다.
특히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0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대폭 낮췄다. 경상수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세간에서 거론되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우리 경제가 전망대로 내년 2.1% 성장하면 잠재성장률을 웃돌기 때문에 경기 침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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