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일단 첫발을 뗐다. 지난해 국감 이후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결국 해를 훌쩍 넘겨 하반기로 접어들고 나서야 가시화됐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업자들은 시간을 끌며 미적거렸고, 결국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아쉬운 대로 구색을 맞춰 중간요금제를 내놓은 모양새가 됐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발표한 5G 중간요금제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24GB를, KT는 월 6만1000원에 30GB를, LG유플러스는 월 6만1000원에 31GB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사마다 요금과 데이터에 약간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차이에는 결국 이르지 못했다. 특히 평균적인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감질나는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G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8GB다. 평균 사용량과 근접해 있는 5G 이용자들의 경우, 마치 넘칠 듯 말 듯한 물컵을 바라보는 것마냥 조심스럽게 본인의 최근 월별 데이터 사용량을 비교 분석하며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셈이다.
물론 이동통신사의 요금제 출시는 사업자의 자율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같은 자율성은 시장경쟁이 충분히 활성화됐다는 전제 하에서 인정될 수 있다. 시장경쟁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정부는 앞서 규제 완화 기조를 내비치는 등 당근책을 꺼내든 바 있다. 지난 2020년 5월 과기정통부와 국회가 이동통신 사업자들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인가제에서 유보신고제로 통신요금 정책을 바꾼 것이 그것이다. 기존에는 시장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에 사전 인가를 받도록 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요금제를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식이다.
인가제에서 유보신고제로 규제가 완화됐으니 경쟁 활성화를 기대하는 게 마땅하다. 정책 변경의 취지가 본래 그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완화 이후 5G 시장에서 요금경쟁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중간요금제가 그나마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쉽다. 데이터 구간 선택지는 여전히 지나치게 한정적이다.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이 미처 다 쓰지 못한 잔여 데이터에 대한 비용을 울며 겨자먹기로 감수하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고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왕에 5G 중간요금제가 정부 주도로 첫 발을 뗀 것이라면 용두사미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일정 데이터 사용 이후에는 속도 제한이 있어 사실상 진정한 무제한이 아닌 상황 아니던가. 원래는 사용한 데이터만큼 정확하게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야 하는 사업자에게 리스크 부담이 크기에 구간별 요금제가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통신요금 유보신고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주무부처는 좀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요금제 경쟁을 유도할 필요 있다. 통신 요금제에 대한 규제권을 행사하는 과기정통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5G 중간요금제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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