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공매도 통계 논란
2022-08-04 06:00:00 2022-08-04 06:00:00
최성남 증권팀장
"실시간 공매도 모니터링은 현행 자본시장법, 시스템 체계상 실현 불가능한 사항으로 세계 어느 거래소에도 구현되지 않았으며 시도하지 않는 사항임을 알려드린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해 제공하는 공매도 통계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오자 거래소가 내놓은 해명이다. 거래소가 제공하는 공매도 통계는 증권사로부터 신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며,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사항은 적발해 사후에 조치하는게 최선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통계에 구멍이 나면서 신뢰도 문제는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공매도와 증시의 상관 관계 등에 대한 자료를 작성하면서도 해당 통계를 이용했던 만큼 집계의 통계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당 논쟁은 꽤나 지속될 듯 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전략을 일컫는다. 
 
거래소의 해명처럼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기관에서 공매도 거래를 '일반 매도'로 처리하면 사실상 공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공매도 과열종목' 역시 거래소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신뢰도가 문제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공매도 거래가 발생해도 일반거래로 신고된다면 깜깜이 공매도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집계에서 누락된 공매도 거래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공매도 규정 위반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한국투자증권 사례만 놓고 봐도 개별 종목별로 많게는 3년치 공매도 거래량 전체의 5% 이상이 집계가 누락됐다.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KT 한 종목에서 발생한 공매도 거래량은 총 2421만6682주, 같은 기간 한투증권발 누락된 공매도 거래량도 126만3056주에 달한다. 이는 3년 전체 거래량의 5.2%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 종목에서 누락된 한투증권의 공매도 비중 역시 4.5%로 높은 수준이다.
 
시스템의 오류가 확인됐지만, 이에 대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해명은 아쉬운 부분이다. 거래소 측은 "국내에서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려면, 거래소 등 금융감독기관이 개인·기관·외국인 등 모든 계좌에 대한 실시간 잔고 확인이 선행돼야 하며, 이는 현행법으로 허용되는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상 근거를 갖추더라도, 모든 계좌주로부터 정보제공에 대한 사전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불법공매도와 관련해 사후 적발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한투증권의 규정 위반도 2년 전 금융감독원이 기관들의 공매도 거래 잔고와 거래소의 잔고를 비교하는 특별 점검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세상의 모든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개선되고 발전돼야 한다. 사실이 이러하니 이럴 수 밖에 없다라는 해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불법 공매도 근절을 천명한 만큼 금융감독당국도 제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길 바란다.  
 
최성남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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