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경찰국 신설'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신설안 공포·시행을 다음 달 2일로 앞둔 상황에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거론되고 있다.
류삼영 총경은 지난 26일 경찰국 신설안(행정안전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안 국무회의 통과는 졸속"이라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법치주의, 적법 절차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법률 우위의 원칙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취지를 잠탈하는 대통령령에 대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7일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정치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하나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헌재나 법원을 통해서도 권한 침해나 위법적 사항을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청이 직접 헌재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회가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헌법상 권한을 둘러싸고 발생한 분쟁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해결하는 제도로 헌법에 규정된 국가기관에만 심판청구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경찰청은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류삼영 총경 등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경찰들은 국회가 권한쟁의 주체가 되어 '입법권 침해'를 근거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청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따른 권한을 부여받지 않기 때문에 경찰청 단독으로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헌법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75조에 따르면 대통령령 제정권은 고유 권한이 아니다"라며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가 위임할 때만 생기는데 이번 건은 국회가 위임해준 사실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국회는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국가기관이고 대통령이 입법사항을 시행령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경찰국 신설을 막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행 경찰법 개정 또는 ‘경찰국 신설’ 시행령과 반대되는 법안 입법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먼저 국회는 행안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 또는 탄핵 소추를 논의할 수 있다"며 "그 방안 이후에는 현행 경찰법을 개정해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아예 지우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경찰국 신설을 할 수 없는 규정을 두는 등 국회가 시행령에 대치되는 법안을 발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시행령은 위법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류삼영 총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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