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영끌족'을 구제해주는 정부 대책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거세다. 정부는 최근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했는데,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내용을 보면 '특례'가 아닌 '특혜'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빚을 내서 주식·코인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를 구제하기 위해 그들의 이자를 30~50% 감면해주고 원금 상환을 최장 3년 유예해주는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이 정도면 '청년특혜 채무조정'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들이 신용 불량자,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게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고 지원 명분을 설명한다.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 논란은 거셌다. 형평성 문제는 물론 '빚은 버티면 해결된다'라는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수면 위에 떠올랐다. 특히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청년층 중심으로 "정부가 빚투 투자자 손실까지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려 한다"며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청년층 '빚 탕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실패한 투자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면서 "정말 부채 상환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조치이니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며 해명하기 급급했다. 대통령실도 "원금 탕감이 아니다"며 뒤늦은 해명에 나섰다.
정부의 해명에도 일명 '빚투 탕감 정책'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원금을 갚아주는 것이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는 낮춰주는 것이나 형식은 다를 지 몰라도 그 본질은 같기 때문이다. 방법론의 차이일 뿐, 그 어떠한 방법을 택해도 국민 세금을 사용해서 일부 계층의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는 본질은 같다. 결국 국가 부담인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정부의 해명이 궁색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좋은 정책이란 정책의 목적이 명확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동의를 받을 수 있을 때 빛이 난다. 본인 책임하에 빚을 내서 투자한 것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즉 혈세 투입이 맞냐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조치는 '투자는 개인 책임'이라는 상식을 무너뜨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가 퇴색하지 않길 바란다.
박진아 금융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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