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첩첩산중' 카카오의 어른되기
2022-07-19 06:00:00 2022-07-19 06:00:00
1년 전 카카오는 과연 오늘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1년 전의 카카오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를 톡톡히 입으며 국내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 역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3위 자리 다툼을 하고 있었다. 본업인 카카오톡뿐 아니라 콘텐츠, 커머스, 게임 등 신사업들도 받쳐주며 카카오의 앞날을 가로막을 것은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8월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스마트호출 가격을 최대 5000원까지 부과하기로 한 이후 카카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사실상의 택시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해 3월 출시한 프로멤버십 제도로까지 논란이 확산됐다. 카카오에는 어느덧 '탐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카카오에 대한 원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급격한 사세 확장에 나선 카카오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꽃·간식·배달 서비스, 카카오의 미용실 예약 서비스 등이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이 됐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그 해 국감장에 세 번이나 불려가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3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하며 카카오는 면죄부를 받는 듯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기조로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고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또 탈이 났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대거 내다팔며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하반기 내내 몰아친 '카카오 때리기'를 겨우 수습하고 재도약을 선언한 카카오에게는 치명적인 악수가 됐다. 
 
결국 김 전 의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남궁훈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남궁 대표는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이라는 카카오의 새 비전을 제시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뛰는 카카오가 되겠다고 거듭 청사진을 밝혔다. 카카오 공동체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 격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도 재정비했다. 
 
이쯤이면 대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카카오의 성장통이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 했던가. 이번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이 불거졌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투자 계약 상 올해에는 기업 공개(IPO)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필요했던 상황에 상장이 여의치 않게 되자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또 한 번의 '배신'을 안기면서까지 내놓은 고육지책의 파장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 1년의 시련이 어디서부터 왜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모든 근원에는 '불통'이 자리잡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 시장과의 소통, 조직원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사건의 단초가 됐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자신들의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 '소통의 아이콘'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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