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구글 갑질 논란과 플랫폼 규제론
2022-07-08 06:00:00 2022-07-08 06:00:00
인앱결제(In-App) 정책과 관련해 구글이 강력한 역풍을 맞고 있다. 인앱결제란 앱 마켓 계정에 등록해둔 결제수단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애당초 구글이 추진하던 것은 자사 앱 시장인 안드로이드에서 인앱결제만 허용하고, 앱 개발사들 모두에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강제한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이후 여론을 의식해 구글은 일부 수정된 안을 내놓았다. 인앱결제의 경우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엔 26% 수수료를 내라는 정책이 그것이다. 
 
인앱결제 강제에서 한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제스처에만 불과한 조치임이 금방 드러났다. 인앱결제 외 다른 웹 결제를 안내하거나 독려하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국민 SNS라 불리는 카카오가 최근 구글 인앱결제 정책에 반기를 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객에게 기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자사의 카카오톡 내 구독 서비스 결제 페이지에 웹결제 연결 링크를 남겨두는 사례를 연출한 것이다.  
 
일련의 갈등 상황들을 살피다보니 현재의 플랫폼 시장을 곱씹어 보게 된다.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사실 아주 오랫동안 예고됐던, 그러나 뭉개왔던 문제가 최근 스마트폰 앱 시장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자 터져 나온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구글 측 주장대로 앱 마켓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비용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사업자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사업 초창기엔 선한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이용자를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플랫폼 성공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선한 얼굴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표정을 바꾸려 시도한다. 다 알고 있던 원론적 이야기를 뒤늦게 꺼낸다. 지금의 고품질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돈이 든다고. 어떤 플랫폼이 이 공식에서 자유로울까. 플랫폼들은 유료화 혹은 가격 인상의 발톱을 감추고선 소비자들이 자사의 서비스에 종속되길 기다린다. 
 
바야흐로 온통 플랫폼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작금의 시장 속, 이대로라면 소비자들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채, 나중에는 멱살 잡힌 기분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것은 플랫폼 규제다. 소비자를 길들이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나가는 사업자들에 대해선 경계를 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그런데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탄생시킨 한국이 정작 국내의 독점적 사업자들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변화가 빠른 플랫폼 시장 특성상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는 민간 자율 규제가 적합하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물론 정부 규제가 민간의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플랫폼 규제론이 나오게 된 본 취지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은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같은 법안은 추후 다른 기업 이름을 붙이고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부디 사후약방문으로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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