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의 내용 중에 미술품 조각투자를 다룰 일이 있어, 직접 미술품 조각투자에 참여해봤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요시토모 나라 작품 조각투자였는데, 별로 크지도 않은 그림 중 내 지분은 0.0556% 정도 된다. 손톱만한 크기가 내 것인 셈이다. 하지만 거장의 작품 오너가 된 듯이 으쓱해지고, 왠지 요시토모 나라에게 애착이 느껴졌다. 회사에서 슬슬 매수자를 찾아 청산하려고 나선다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가 인기다. 지난해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은 약 50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조각투자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주식은 회사를 분할 소유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분할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든 회사를 REITs(부동산투자회사)라고 한다. 그 밖에 자산을 ABS(자산유동화증권)로 만들어 유통하는 것도 소액투자다. 우리 일상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이 소액투자의 예시다. 이제 조각투자 기법이 저작권(보상청구권), 미술품 등 미술시장에까지 확장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액투자는 장점이 많다. 우선 미술품은 잘게 썰어서 매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품에 투자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유명하고 좋은 작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해, 미술품 투자는 부자들의 취미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각투자는 여러 투자자가 힘을 합하기 때문에 적은 자금으로도 안정성이 높은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안목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제격이다.
반대로, 자금은 많지만 안목이 부족한 투자자에게도 좋다. 미술품에 투자할 때는 고려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작가가 시장에서 통하는지, 작품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닌지, 위작은 없는지, 관리소홀로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 하지만 작품 공동구매에서는 회사에서 리스크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거치고, 잘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이 투자하는 것보다는 안전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우선 작품에 공동투자했다고 해도 작품을 배타적으로 즐길 수 없다. 어쩌면 실물을 눈으로 한 번 보지도 못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공동구매 회사가 전시실을 마련해놓고, 작품 지분권자에게 공개하는 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작품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가 없다. 온전히 내 작품이라면 작품을 살지 팔지 자녀에게 물려줄지 모두 내가 정하고, 가격도 내가 정한다. 그렇지만 공동투자하는 작품은 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이 정해져 있다. 매도하는 시점도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가격과 취득·양도 시점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가 주식 매매와 같은 투자성이 있다고 본다면, 상장회사처럼 공시를 하거나, 시세조종행위에 대해 규제를 받는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한다. 최근 '저작권료 보상청구권'을 조각매매하는 플랫폼이 증권을 거래하는 것과 같다고 해 규제 적용이 예고된 바 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규제 샌드박스 요청에 속속 나서고 있고, 미술품 조각투자는 민법상의 공유재산 매매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컬렉팅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조각투자를 해 본 투자자는 미술에 애착을 갖고 장차 컬렉터로 성장할 수도 있다. 또 미술품 조각투자는 보다 용이하게 미술시장에 자본이 유입되도록 해, 미술 시장을 성장시키고 종사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품 조각투자에 단점이 있다고는 하나 이는 투자자가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회사가 처한 환경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안정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인정해주기를 바라지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공익적 목적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사업이 중단되고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고통을 겪게 된다. 하루 빨리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환경이 안정돼 산업이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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