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28일 찾은 동작구 KT빌딩 3층에 위치한 KTcs 동작2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본인 앞에 놓인 2개의 모니터를 보며 분주히 응대를 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이어폰을 통해 고객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화면을 유심히 보고 있을 뿐, 손 움직임이 바쁘지는 않다. 화면에 인공지능(AI)상담 어시스턴트인 AI지니가 상담사 대신 실시간으로 대화내용을 작성해 주기 때문이다.
동작구 KT빌딩 3층에 위치한 KTcs 동작2 고객센터. (사진=뉴스토마토)
한 이용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요금제를 바꾸고 싶은데요"라고 묻자 왼쪽 모니터에 대화 내용이 텍스트로 떴고, '요금제 변경'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됐다. 상담원이 키워드를 클릭하자 오른쪽 모니터에 관련 내용이 나왔고, 상담원은 이를 참고해 고객에게 요금제 변경 안내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상담 중에 직접 검색을 하며 관련 내용을 찾아야했었다. 고객 응대를 하며 손과 머리로는 답변을 내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답변 찾는 데 오래 걸릴 경우 대화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과 같은 실수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날 2번째 전화를 건 고객은 이전 상담 내용을 재차 전달할 필요 없이 상담을 이어가기도 했다. 앞서 건 전화의 목소리를 AI가 기억해뒀기에 주민번호 입력 등 별도 인증 절차 없이 바로 대화가 가능했다. 기존에는 24초나 걸렸던 본인인증 확인이 5초로 줄어들었다. 특히 종전 상담사가 전화를 끊자 AI상담 어시스턴트가 고객민원(VOC) 유형을 분류해 놓고, 상담요약도 해놓은 까닭에 한눈에 고객에 대한 정보 파악이 가능해 속전속결로 상담이 가능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KT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들이 AICC 솔루션을 활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KT)
키보드 소리와 응답 목소리, 전화벨소리로 가득찰 것이란 예상과 달리 3층 고객 센터는 일반 사무실과 다르지 않게 차분했다. 이는 AI상담 어시스턴트가 가져온 변화다. KT는 AI콘택트센터(AICC)를 2018년부터 본격화했다. 자체 개발엔진과 인프라를 구축해 자사 콜센터에 적용했고, 학습을 반복하며 고도화했다. AI는 콘택트센터 곳곳에 배치됐다. 인간 상담사와 비슷한 목소리와 일상 언어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AI보이스봇과 상담 중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담원에게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해 주는 AI상담 어시스턴트가 힘을 모아 상담을 처리한다. 음성텍스트변환(STT)의 정확도는 92.5%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으며, 보이스봇의 이용률은 인입률 대비 응대율 비중이 지난해 말 50% 수준이었지만, 3월 기준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양승만 KT AICC혁신팀 차장은 "기술이 개발되면 자사 콘택트센터에 도입해 고도화한 후 외부 사업화를 했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취합해 연구소에서 살핀 후 다시 KT 콘택트센터에 도입을 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고도화가 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을 구축해 놨다"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동작구 KT 고객센터에서 양승만 KT AICC혁신팀 차장이 KT의 AICC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현재 콜센터 시장을 포함해 국내 AICC 시장 규모는 연간 9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4조원 정도의 잠재적 추가 시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AICC 솔루션을 통해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대비 8000석 콜센터를 운영해본 경험과 AI 기술 등 현장감 있는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KT는 대형고객은 구축형 AICC를 중심으로, 10석 미만인 소상공인은 초소형 AICC인 AI통화비서를 통해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3분기에는 중대형 고객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AICC인 시카스(CCaaS, 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규모를 키우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나 도청 등을 중심으로 시카스를 이용하겠다는 긍정적 답변도 확보한 상태다. KT는 현재 개발 중인 초거대AI를 AICC에 확대 적용해 사업을 고도화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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