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포스코(005490)가 기술나눔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 사업 확장을 지원하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2017년~2021년 기술나눔으로 241개 중소기업에 특허 564건을 무상 이전했다. 기술나눔은 지난 201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해 공공연구소,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무료 제공하는 대·중소 상생협력 지원사업이다.
씨제이인스트루먼트가 포스코의 기술나눔을 활용해 설치한 서울 양재대로 방음벽.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2017년 3월 스마트 프리캐스트 구조물 제조와 연구개발 전문 기업인 씨제이인스트루먼트에 '매립 구조물 특허'의 특허 실시권을 부여하는 기술나눔을 시행했다.
씨제이인스트루먼트는 이 특허에서 착안한 프리캐스트 공법을 개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예상 연간 매출액은 약 8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7억원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PC) 공법은 철근 기둥·보·슬래브·벽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건설 현장에 운송 후 조립·설치하는 공법이다.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양생을 거치는 방식보다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장 건설 폐기물 발생과 환경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공법에서 씨제이인스트루먼트가 포스코의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부분은 구조물 간 '연결' 기술이다. 프리캐스트 구조물은 미리 공장에서 제작한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프리캐스트 구조물 간, 혹은 프리캐스트 구조물과 다른 소재로 제작된 구조물을 튼튼하게 이어 붙이는 일이 중요하다.
포스코가 이전한 특허인 '매립 구조물 기술'이 바로 구조물의 연결 솔루션을 담고 있다. 수평-수직재 연결을 위해 자재 내부에 철로 만든 연결용 부품을 심어버리는 방법이다.
씨제이인스트루먼트는 기존 프리캐스트 기술에 매립 구조물 기술을 접목해 구조물 내부에 미리 보강을 마친 연결부를 만드는 방법을 시도했다. 프리캐스트 구조물을 제작할 때 접합 부위에 미리 철강으로 만든 연결용 부품을 넣어 구조물 내에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구조물의 접합 부위에 별도 가공 하거나 다른 소재를 덧대지 않아도 끼워 맞춘 후 고정만 하면 되므로 훨씬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매립 구조물 기술을 적용해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가 도로변 방음 시설물이다. 미리 제작한 프리캐스트 구조물로 지면의 토대를 다지고 그 위에 기둥과 방음판을 세워 지면의 프리캐스트 구조물과 연결한다. 기존에는 접합 부위에 보강용 강판을 덧대고 방음판과 볼트를 체결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씨제이인스트루먼트의 공법은 포스코의 매립 구조물 기술을 활용해 프리캐스트 구조물 내부에 미리 철강 구조물을 심어두고 현장에서는 기둥과 연결 부분만 시공하면 되기에 훨씬 안전하고 빠르게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기술나눔으로 말미암아 씨제이인스트루먼트의 사업 영역도 확장되었다. 프리캐스트 구조물을 옹벽뿐만 아니라 직벽식 형태의 구조물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씨제이인스트루먼트의 제품은 철도·산업단지·발전소·도로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이나 주거용 시설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매립 구조물이 적용된 직벽식 형태의 구조물은 꾸준히 매출이 나고 있다. 종전 대비 약 10%의 매출 향상 효과도 얻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마케팅뿐 아니라 정부 연구과제와 지원사업에 참여할 때도 포스코 기술나눔이 튼튼한 발판이 되어 주고 있다"며 "향후에도 기술나눔을 통해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현을 지속하고 중소기업과의 공생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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