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준석 죽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성 상납 의혹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의 심사를 6월 22일 받았다. 윤리위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서 조사를 마쳤고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 결정은 7월7일로 다시 미뤄졌다. 윤리위 조사의 당사자인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최종 징계 결정을 내린다고 전해진다. 이 대표는 2013년 대전에서 성 상납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최근에 자신의 정무실장을 관련자에게 보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정황이다. 김 정무실장은 '7억원 투자 내용이 포함된 각서'는 이 대표의 의혹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윤리위는 징계 개시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 내렸다고 한다.
시간이 경과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정치적 양상이다. 시사리서치가 시사저널의 의뢰를 받아 2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6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4.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준석 대표의 거취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일찍 물러나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넘는 53.4%로 나타났다.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42.2%로 나왔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기반인 보수층 응답자에서 '이준석 퇴진'에 대한 의견이 61.8%로 압도적이었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38.6%로 가장 높았고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이 그 다음 순이었다. '당 윤리위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14.5%에 그쳤다.
여론은 대체적으로 이 대표에게 불리하다. 당대표가 당 구성원들과 충돌하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논란의 속성상 길어지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보다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이준석 대표와 관련된 당 윤리위 심사의 쟁점은 3가지다. 하나는 누가 어떤 의도로 9년 전 정황을 들추어내어 이 대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느냐고 또 하나는 이 대표가 2013년 당시 누군가로부터 성 접대를 실제로 받았는지 여부다. 마지막으로 김철근 정무실장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이 대표의 부탁을 받아 의혹 관련자를 만나 7억원 투자를 미끼로 입막음을 하려고 했는지 여부다. 한 개인의 9년 전 행동과 기억을 쫓아 만천하에 진상을 밝히는데 윤리위의 역할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실체적 진실과 정치적 의도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실체적 진실이야 경찰 수사와 관련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실체적 진실과 가까운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규명하면 될 일이다. 즉 수사기관에서나 할 수 있는 탐문 수사와 자료 확인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데 당 자체 조직인 윤리위로 그 역할을 감당하는데 있어 원천적으로 역부족이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혹과 논란에 연관된 이준석 대표와 김철근 정무실장을 불러놓고 소명 정도만 들은 후 최종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리위는 법정의 배심원 제도가 아니다. 윤리위원 9명 중에서 출석한 위원의 과반수 득표만 얻으면 징계가 가능하므로 다분히 '객관적'이라기 보다 '주관적' 평가로 이해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이준석 죽이기'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당대표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두 번을 연거푸 승리로 견인한 이 대표에 대한 어떤 평가 때문에 '이준석 죽이기'가 고개를 쳐드는 것인가. 우선 '대선의 악연'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대표는 대선 역사상 유례가 없는 두 번이나 대선 후보 사이와 충돌을 빚었다. 대선 시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세력 즉 '윤핵관'이든 '친윤' 세력에서 침묵했었고 대선 당시 빚어진 나쁜 악연에 대한 정리가 자행되는 과정이다. 둘째로 '정치적 부담'이다. 한 정치 세력에서 태양이 두 개 뜨는 일은 없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이 대표를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연 까닭이다. 시사리서치 조사에서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을 도움을 주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더니 절반 이상인 50.8%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이 대표의 존재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해석이다.
끝으로 '당권, 공천, 대권'이다. 이 대표가 당에 공천까지 감안한 혁신위를 설치하면서 당권, 공천, 대권을 둘러싼 쟁탈전이 조기에 가시화되는 국면이다. 이러다보니 정치적 중량감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이 대표를 그냥 두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정치 드라마 같은 극적인 상황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진행되는 과정만 놓고 보면 그 성격은 '이준석 살리기'보다 '이준석 죽이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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