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배현진, 비공개회의 유출 '네 탓' 공방
배현진 "대표 스스로 많이 유출, 누구 핑계 대냐"에 이준석 "단속해볼까요?"
2022-06-20 13:32:17 2022-06-20 13:41:19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유출 주체를 놓고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정면 충돌했다. 두 사람은 서로 비공개 회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책임을 묻는 등 설전을 벌였다. 감정 섞인 발언까지 오간 끝에 이 대표는 회의장을 퇴장했다. 앞서 두 사람은 이미 '당 혁신위원회'를 두고 한 차례 실랑이를 벌인 바 있다. 배 최고위원은 홍준표계였으나 당선인 대변인을 거치며 윤석열계로 갈아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배 의원은 비공개 회의 내용 유출을 단속하는 게 맞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급기야는 최고위 내에서 제 발언을 제가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현 상황을 개탄스럽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 참석해 "회의가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되어서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되어서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며 "안건 처리만 하겠으니 최고위원들은 현안에 대해 말씀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공개 회의에서 모두발언 끝에 붙여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서 당 내에서 필요한 내부의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 같다는 건의를 드린다"고 이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또 "대표께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말자고 직권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우리가 최고위 회의를 할 때마다 참 답답했다"며 "최고위원들의 속사정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내용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낯 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공개 발언이 끝난 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이 대표가 다시 "공지한 대로 비공개 회의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하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느냐"며 "누차 제가 회의 단속을 해달라고 제안하지 않았냐"고 맞섰다. 이 대표는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 비공개 회의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누차 누출되면서"라고 말하자, 배 최고위원은 발언 중간에 "대표께서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 스스로"라고 반격했다. 이 대표가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하자,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본인께서 언론에 나가서 얘기했다. 누구의 핑계를 대냐"고 몰아붙였다. 다시 이 대표는 "단속해볼까요?"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설전이 계속됐다. 
 
보다 못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책상을 치며 "그만하자"며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대표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구조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배 최고위원이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데 대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당의 결속을 해치려는 행동"이라며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우려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분간 최고위에서 제 주재 하에, 제가 배석한 자리에서는 비공개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가 유출했다고 생각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분들 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라며 배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직후 기자들이 '사전에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안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는지'를 묻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내 비공개 회의로 해야 할 이야기도 있다. 그런 얘기들이 오픈되고 기사로 썼다고 하면 관리가 안된 것"이라며 "그래서 대표님께 비공개 회의에서 단속을 좀 해주시고 비공개 회의 필요하다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오늘 대표의 메시지는 누군가를 탓하게끔 오해할 수 있는 얘기"라며 "비공개 회의를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비공개가 진짜 보안을 유지하는 비공개 회의가 되도록 내부단속을 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그동안 언론과 유튜브에 나와서 많이 얘기하시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배 최고위원은 앞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는지와 관련해 "계속 할 것"이라며 "직권으로 회의를 열고 안 열고는 상관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희도 다 선출된 최고위원이다. 중요한 얘기를 그냥 건너뛰고 안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과 관련해 "본인이 일단 회의를 중간에 이석하셨는데 회의를 감정적으로 할 거 아니다. 공적인 자리"라고 지적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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