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또 다시 충돌했다. 이번에는 비공개 회의의 '공개 여부'를 놓고 격돌했다. 서로가 비공개 회의 내용을 언론에 흘린다고 몰아붙였다. 두 사람은 이미 '당 혁신위원회'를 두고 한 차례 실랑이를 벌인 바 있다. 갈등이 격화되자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지 3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별다른 모두발언을 할 것이 없다"며 "회의가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에서 나왔던 부분들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서 보도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최고위원회의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안건 처리만 하겠으니 최고위원께서는 혹시라도 현안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공개회의에 모두발언 끝에 붙여서 말씀하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할 게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서 당내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 같다"며 이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대표께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말자고 직권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우리가 최고위 회의를 할 때마다 참 답답했다"며 "비공개 회의 내용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낯 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이 끝난 뒤 두 사람의 갈등은 더 심화됐다. 이 대표는 "오늘 비공개 회의는 진행하지 않겠다"며 "이 자리에서 국제위원장 임명 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배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하며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냐. 누차 제가 회의 단속을 해달라고 제안하지 않았냐"고 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음에도, 배 최고위원은 "대표께서도 스스로도 유출하셨지 않냐"고 반격했고, 이 대표는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내용도 나와서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본인께서 언론에 나가서 얘기했다. 누구의 핑계를 대냐"고 몰아붙였고, 이 대표는 "단속해볼까요?"라고 으름장을 놨다. 끝내 권 원내대표는 책상을 치며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며 이 대표의 마이크를 끄고 두 사람을 말렸지만 언쟁은 계속 됐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미 이 대표 주도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를 두고 한 차례 갈등을 겪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저한테 '자기정치 한다' 말씀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대로 자기정치 한 번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다음날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혁신위는 이 대표 사조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16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자기정치'를 위한 어떤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비공개회의 도중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회의 공개 여부를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 최고위 회의 내용은 현장에 와서 말씀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인이 비공개 회의를 유출했다는 근거가 있냐'고 묻자 "계속해서 언론인을 통해 들으신 부분 같다. 판단 정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유출 사례에 대해 "의원총회나 최고위도 그렇고 비공개 (회의)때 논의된 사안이 나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기억을 못 하겠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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