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던져진 '이준석' 교훈…"잿더미 됐을 때 새 길 열려"
지방선거 참패 후 연일 계파투쟁…국민 눈엔 여전히 밥그릇 싸움 중
계파논리·세력대결 타파 주장한 이준석…대선·지선 연승 이끌어
2022-06-06 17:59:54 2022-06-06 18:02:32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민주당이 6·1지방선거 참패 후 책임 주체와 쇄신 방안을 놓고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가운데 모든 당내 이해관계를 배제한 채 잿더미에서부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19대 대선과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내리 3연패로 몰락의 길을 걷다가 0선의 30대 젊은 정치인 이준석 대표를 선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것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일주일여가 지난 6일까지도 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문 대 친명 계파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내홍에 직면했다. 친문이자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노리는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게 (패배의)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친문을 중심으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명분 없는 출마가 당을 참패로 이끌었다며 '명길 책임론'과 함께 비대위를 뒤에서 움직인 '셀프공천'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찾아 지지를 보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갈등은 8월 전당대회로 연결된다. 친문은 전당대회를 예정된 일정대로 치르되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짚을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재등장할 것은 불가피하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3일 "(이 의원이)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면 국민들에게 더 큰 심판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명분 없는 계양을 출마와 당과 협의 없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걸어 '자생당사'(자신은 살고 당은 죽었다) 혹평을 받는 이 의원이 당권을 쥐면 차기 총선마저 필패한다는 논리다. 

반면 김남국·김용민·이수진·정청래 의원 등 친명계에선 관리형 비대위로 전당대회를 치르고 선출된 당대표가 수습과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참패로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무너진 마당에 지도부 공백을 오래 놔둘 수 없어 조기 전당대회 주장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분석을 공론화할 경우 결국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반감이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가 끝나자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기획'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문제는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가에 상관 없이 친문 대 친명, 이재명 대 반이재명 전선의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계파갈등이 당권투쟁으로까지 비화되면 국민 눈에는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했음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제3의 심판이 가해질 수도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준석 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으로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가 당권을 쥐게 된 지난해 6월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상황은 지금의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20대 총선에서 연전연패를 당했다.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4곳을 민주당에 내줬으며, 국회 의석도 180석이 민주당으로 가는 것을 두고 봐야 했던 참패였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거머쥐었으나 국민의힘 자력이라기보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오거돈 부산시장의 성비위에 따른 반사효과 측면이 컸다. 민주당은 기존 약속을 어기고 후보를 내 '내로남불' 지적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는 당내 계파논리와 세력대결 타파를 주장하며 당권에 도전했다. 2030 청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유력한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격파했다. 파란이었다. 그 역시 전당대회 출마 전까지만 해도 컷오프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이변이었다. 탄력을 받은 이 대표는 5월 보수 심장부 대구에 갔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도록 기여했다. 그는 조직 대신 SNS 등을 활발히 이용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그렇게 한국 정치사 최초로 양당에서 0선의 원외 30대 대표가 탄생했다. 그것도 수구로까지 불렸던 보수정당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모두가 놀랐다. 국민들도 외면했던 국민의힘에 다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후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대해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민주당은 매번 민심을 살피고 민생 위주의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의원들은 생명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누가 뽑히느냐로 전쟁을 하고 있다"며 "전당대회는 각 계파 수장이 아니라 혁신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뽑든지 아니면 경선 룰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민심(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로는 제2의 이준석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내홍을 놓고 "5년 전에 탄핵 정국에서 저희가 겪었던 그런 것들을 데자뷔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이 되어서 여러 번 선거에서 지고 정말 잿더미가 됐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며 "아주 폭삭 망한 그런 잿더미 형태가 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게 저희가 겪어본 경험"이라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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