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이후 선박 건조 대금 미지급 사태가 일어났고 조선용 후판값도 뛰어 조선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는 높아진 선가와 수주 호황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러시아 선사의 중도금 미납을 이유로 LNG 쇄빙선 세 척 중 한 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번 통보로 공사 수주 규모는 기존 1조137억원에서 6758억원으로 줄었다. 전쟁 이후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가 국제 금융시스템 스위프트(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해당 러시아 선사는 계약 해지 통보에 대해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째 이어지는 동안 선박 건조 대금 미지급 사태가 일어나고 원자잿값도 뛰는 등 조선업계 ‘러시아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다. 업계는 높아진 선가와 수주 호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사진=현대중공업)
이 때문에 러시아 대금 결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련 수주잔고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주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 선사와의 개별적 문제라기 보다는 전쟁에 따른 러시아와 서방 관계 문제 중 하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나 선사가 뭔가 잘못했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전쟁 여파로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계약이 취소될 경우 기존에 건조중인 선박에 투입된 비용이 상당부분 선수금으로 충당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계약 취소가 되더라도 대체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은 괜찮다”며 “조선사들 일감이 많이 채워진 상태고 선가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계약이) 취소되면 남는 슬롯을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4월 세계 LNG선(17만4000m³) 가격은 2억2200만 달러에서 2억2400만 달러로 올랐다.
최근 조선 3사와 카타르에너지공사(QE) 간 LNG선 정식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선가 상승분 반영 여부 등 계약 조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선가 뿐 아니라 후판값도 뛰었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과 러시아 경제 제재는 원자재 수급과 철강 생산에 영향을 줬다. 유럽의 철강 감산, 러시아 금수조치, 우크라이나 소재 공장 피해 등으로 공급망이 경색됐다. 러시아는 세계 시장에서 석탄과 고철 수출 각 3위와 4위로 철강 원료 주요국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달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값을 톤(t)당 약 10만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잿값이 오른 영향이다. 조선 3사의 톤당 후판값 평균은 2020년 약 67만원에서 2021년 약 113만원으로 올랐다. 철강제 가격 인상분은 충당금으로 설정돼 지난해 각사별 1조원대 적자로 이어졌다.
변수는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후판값 상승에) 전쟁 요인도 있는데 원자재 가격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제품이 국제 시장에 안 풀려 국내 업체가 이를 메꾸는 효과도 있다”면서도 “중국에서 내수 가격이 떨어지고 국내 철강사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하반기 중국발 가격 하락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황이 러시아발 계약 해지와 원가 상승 영향을 상쇄할 지에 대해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며 “명확히 어떻게 될 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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