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힘겹게 꺾고 당선이 유력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 후보가 원내 첫 진입의 길을 열었지만, 마냥 기쁜 표정은 아니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견되면서다. 1일 발표된 지상파3사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전남·전북·광주·제주 등 4곳 승리만 확실하다. 국민의힘은 최소 10곳의 승리가 유력해졌다. 경기와 대전, 세종은 접전지로 개표결과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 다만 이마저도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
이 후보는 성남 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9곳 이상, 과반 승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연고도 없는 계양을 출마에 대해서는 전국 지원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원탑의 사령탑을 맡았지만 결과는 참패와도 같다. 이 후보 역시 상대인 윤형선 후보의 무연고 지적에 고전을 거듭했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이 이어지자 조급함도 드러냈다. 그렇게 동선이 인천에 갇혔고, 결과 역시 54.1%대 45.9%(지상파3사 출구조사)로 민주당 텃밭이었던 계양을 특성을 고려하면 부끄러운 승리에 가깝다.
인천 계양을 지역은 호남 출신이 많은 구성을 차지해 인천 내에서도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이곳에서만 5선을 지냈다. 게다가 상대로 나선 윤형선 후보는 중앙정치 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 가깝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던 계양을 선거가 의외로 접전으로 전개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명분 없는 싸움을 펼치면서 대의명분을 잃게 됐다. 윤형선 후보는 '25년 대 25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이 후보의 무연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이 후보의 출마를 '도망출마', '방탄출마'로 규정, 공세를 폈다. 정치적 근거지이자 안방인 성남시 분당갑을 버리고 인천 계양을 지역을 택한 것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이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다는 점은 당혹스러움을 더욱 키운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불과 0.73%포인트 격차의 초접전 승부를 만들었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도 들었다. 전국적 득표력이 확인되면서 그도 조기 정계 복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지방선거가 전개되면서 그 역시 "호남만 이겨도 선전"이라며 한껏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출마선언 당시 자신감과는 다르게 대선 직후 벌어지는 지방선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퇴로 찾기에 애썼다. 결국 나홀로 생환에 그칠 공산이 커지면서 다음 그의 계획인 전당대회 출마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 선대위 관계자들이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이 후보 측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 직함만 달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패배 책임에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이는 당권 도전을 위한 책임 회피와 맞닿아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전체 총괄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인천 계양을 지역에 집중했다”며 “중앙당에서 성비위 등 다양한 이슈가 터지면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변에서는 이 후보가 당권에 도전해 민주당을 쇄신하는 방식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 후보 본인이 당권에 도전할지 결정만이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가 당권 도전 의사를 나타낼 경우, 당은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재명 효과'가 아닌 '이재명 반감'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한 친문계 중심으로 그의 명분 없는 전당대회 출마를 질타하고 나설 수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에게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후보 외에 당 쇄신을 이끌 인물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송영길(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송영길 선거캠프 사무실과 서울 중구 오세훈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 방송을 시청하며 침묵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송영길 후보는 논란 끝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오세훈 후보에게 참패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송 후보는 이날 발표된 지상파3사 출구조사에서 40.2%를 기록, 오세훈 후보(58.7%)에게 18.5%포인트 큰 격차로 패배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송 후보가 큰 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정치적으로 다음 수를 두기 어려워졌다”며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국민들에게 4~5년을 잊혀지지 않도록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데,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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