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관은 왜 그럴까?"
사법부가 여론의 비판 대상으로 본격 떠오르면서 국민이 사법부에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보통은 판결 선고를 두고 나오는 물음인데 '법관은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법언에 비춰보면, 여론이 겨눈 과녁은 판결이 아닌 법관이다. 진영논리로 극명하게 갈라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결과의 판결이더라도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러니 법관들은 허구헌날 난타를 당한다.
법관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세상에 나올 때면 이 질문은 또다시 되풀이된다. 도대체 법관은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은 신간이 나왔다. <법관의 일(문학동네)>. 송민경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가 썼다. 작가가 무려 4년간 공을 들인 이 책은 작가가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그런만큼 법관과 그의 일상, 그리고 그들이 판결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거쳐야 하는 고뇌와 고통의 시간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에세이 <법관의 일>은 쉽고 친절하다는 것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집필 의도가 그렇다. 송 변호사는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 '법이란 뭣에 쓰는 물건인지' 물었을 때 읽어보라고 말없이 건네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 머리에 썼다. 또 "이 책은 그간 어떻게 하면 법을 올바르게 해석할 것인지 깊이 공부하고 연구해온 법관으로서 타인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결과를 담은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본인의 경험이나 직접 다뤘던 사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풍부한 사례들을 매개로 법관과 법, 법관의 일을 충실히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수려한 문체와 탁월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주제가 가지는 본질적 특성 때문에 이야기가 지루해질만도 하지만, 그때마다 작가가 여기저기 숨겨 놓은 여러 소소한 장치가 튀어나와 읽는이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책에는 '플렛폼 노동자', '성인지 감수성', '검사의 미덕' 등 여러 묵직한 주제도 담겼다. 현직에 있었다면 이처럼 밀도있게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경부터 논문·인문서·언론기사까지 아우른 136개의 각주는 이 책을 중심으로 한 또다른 지적 탐구의 여정을 독자에게 열어 놓았다.
작가는 책에서 법관을 '법의 신전을 지키는 무당 정도'라고 정의한다. '단지 법을 말하는 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관의 일'이 그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는 "만약 판사가 법의 관점을 따르지 않고 저마다 다른 각자의 정의관이나 가치관을 내세워 사건을 해결한다면 아마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안이라도 판사에 따라 결론이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해 고민하는 법관들,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해 법관을 미워하고 있는 국민들이 곱씹어 볼만한 말이다.
송 변호사는 1976년 서울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32기로 졸업한 뒤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16년간 법관으로 봉직했다. 서울행정법원 판사·사법연수원 교수·서울중앙지법 판사·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서울고법 판사 등을 역임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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