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변호사들이 '로톡'과 같은 플랫폼 광고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상적인 유권해석으로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 광고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의 위헌성에 대한 첫 판단이다.
헌재는 26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A씨 등 변호사 60명이 "대한변협의 개정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로앤컴퍼니 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해당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가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판단한 변협 규정은 4조 14호 중 '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 부분과 8조 2항 4호 중 '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하여 행하는 경우다. 위헌 시비가 붙은 5조 2항 1호 중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 부분 역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판단을 받았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제3조 제2항 위헌확인 사건 판결을 마친 뒤 대심판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로톡 이용 변호사 60명이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3조 2항 등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사진=뉴시스)
변협 광고규정 4조 14는 '기타 법령, 변호사윤리장전, 대한변호사협회(이하 “협회”) 및 지방회의 회칙이나 규정(이하 “회규”)에 위반되거나, 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는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법률상담 광고를 금지한 변협 규정 8조 2항 4호 부분 역시 비슷한 취지다.
재판부는 이들 조항에 대한 결정에서 "변호사가 변협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광고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 이 규정은 '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이라는 표지만을 두고 그에 따라 금지되는 광고의 내용 또는 방법 등을 한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변호사법이나 관련 회규를 살펴보더라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유권해석위반 광고금지규정 위반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적어도 수범자인 변호사는 유권해석을 통해 금지될 수 있는 내용들의 대강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규율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이 규정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들이 기업 등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는 것을 금지한 변협 규정 5조 2항 1호와 관련해서도 "변호사광고에 대한 합리적 규제는 필요하지만, 광고표현이 지닌 기본권적 성질을 고려할 때 광고의 내용이나 방법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한계 외에는 폭넓게 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각종 매체를 통한 변호사 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변호사법 23조 1항의 취지에 비춰 볼 때, 변호사 등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광고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고 이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이 아니더라도 변호사법이나 다른 규정들에 의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의 광고를 특정해 제한하는 등 완화된 수단에 의해서도 입법목적을 같은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면서 "결국 이 규정은 입법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반면, 변호사들이 광고업자에게 유상으로 광고를 의뢰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에 있어 변협이 변호사법으로부터 위임된 범위 안에서 명확하게 규율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점, 기술 발전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매체 대해서도 광고표현의 기본권적 성질을 고려해 규율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점을 판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소한 로앤컴퍼니는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위헌 결정은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에게 로톡과 같이 법률 정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로톡과 변협간 광고분쟁이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광고방법 등을 제한한 5조 2항 2호는 합헌으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광고 주체인 변호사 등 이외의 자가 자신의 성명·기업명·상호 등을 표시하거나 기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 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이다.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다.
이 때문에 로톡으로서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얻은 이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가 지적한 유권해석 부분도 변협이 유권해석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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