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 국내 상장사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 수가 지난 2016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막대한 자본으로 투자하는 중국의 이른바 '판다 쇼핑'은 절반 정도 줄었다.
26일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 중 5%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외국계 투자자 수는 164곳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6년 227곳보다 28% 감소한 수치다.
이들 외국계 투자자가 5% 이상 되는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2016년 322곳에서 올해 246곳으로 24%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계 투자자는 2015년 25곳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다 2016년에는 50곳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26곳으로 줄어 2015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계 투자자는 121곳에서 102곳, 일본계 투자자는 48곳에서 28곳으로 각각 19곳, 20곳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연구소 소장은 "미국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계 큰손들이 점차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떠나거나 지분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는 코로나19 등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국내 주식 시장에서 높은 배당과 시세 차익을 통해 이득을 볼 기회가 낮아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큰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다시 매력을 끌게 하려면 신뢰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지속해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수는 줄었지만, 지분 가치는 2016년 42조원 수준에서 올해 59조원 수준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는 미국계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가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보유한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이며, 해당 지분 가치를 제외하면 39조원 수준으로 2016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블랙록은 2019년 2월 5%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달 24일 기준 블랙록의 주식 가치는 19조9760억원으로 20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올해 외국계 투자자의 주식 평가액 59조원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 10곳의 지분을 보유한 블랙록의 주식 평가액은 총 29조8500억원으로 전체 평가액 59조원의 50.5%를 차지한다.
또 블랙록과 함께 100여곳의 미국계 투자자가 보유한 5% 이상 지분 국내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37조원에 달해 올해 파악된 전체 지분 가치 비중의 60%를 넘었다. 미국 다음으로는 네덜란드(7조6981억원), 싱가포르(2조6748억원), 중국(2조4065억원), 일본(2조 189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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