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전기차를 앞세워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태지역으로 공략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22~27일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5 사전 계약 대수가 158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판매 대수(693대)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시 델타미스 공단에 건설한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이번 아이오닉5의 돌풍은 일본차 브랜드가 대부분인 동남아 시장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74.3%(2019년 기준)에 이른다. 한국은 5.2%에 불과하다.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일본차 독점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토요타가 점유율 31%로 1위다. 이어 다이하츠(19%), 혼다(12.3%), 미스비씨(12.1%), 스즈키(10.8%) 등 판매량 톱10 대부분이 일본 브랜드(약 95%)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코나 등 전기차 2종은 지난해 605대가 팔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87%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대차 진출 이후 전기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부터 자국 내 전기차 생산을 시작해 2025년까지 생산된 자동차의 20%(연 23만대 이상)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연산 15만대에서 향후 25만대 규모로 몸집을 키울 예정이다.
특히 현지 부품과 인력 등을 활용해 현지화율 40%이상을 만족하면 아세안 국가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 건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처음 순수 전기차를 내놓으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일본도 투자 확대에 나섰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2024년까지 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를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2020년 기준 태국 시장 점유율 4위다.
스즈키의 경우 지난 3월 인도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늘리고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 1위인 스즈키는 2025년부터 전기차를 본격 생산할 방침이다.
임병혁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하노이 사무소장은 "일본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직접 투잡 보다 자유무역협정(FTA) 조건을 활용한 전기차 개발 및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세안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협력 형태의 전략적인 사업기획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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