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이창용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나섰다. 미국 금리인상과 부분적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일시적 물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경기 불씨’를 위해서는 독립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에서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상황에서도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으로 한국이 미국 만큼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에는 금리 동조화 정책에 비해 소비가 매 시점 0.04% 증가한다.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대내외 충격이 발생해도 궁극적으로 국내 물가와 경기의 안정을 목적으로 삼는 정책이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쫓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금리 동조화 정책은 미국의 기준금리에 맞춰 한국의 기준금리를 조정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정책이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8% 중반을 기록하면서 미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촉발됐다.
지난 4월 미 소비자물가는 수요 회복과 공급 제약이 중첩되면서 8.3%까지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급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 기준금리를 50bp 올려 유도목표를 075~1.00%로 상향한 바 있다. 오는 6·7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물가안정목표(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높고 경제회복세가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KDI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 뒤 1분기에는 국내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경우 2분기 이후부터 물가안정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분석 결과 미국 수요 충격과 미국 금리 충격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금리 동조화 정책보다 사회 후생의 관점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상황에서도 자본 유출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1999년 6월~202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에는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과 외환시장 경색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규철 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분적인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일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국내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통화정책은 자본유출입과 환율변동을 용인하고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으로 한국이 미국 만큼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에는 금리 동조화 정책에 비해 소비가 매 시점 0.04% 증가한다. 사진은 장 보는 미국 시민. (사진=AP·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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