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직원이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지난해 실적이 담긴 성적표를 받아든 담배업계의 표정이 엇갈렸다. KT&G는 매출 상승을 이뤘으나 주요 외국계 담배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담배 소비 시장이 권련담배에서 전자담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 이번 담배업계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033780)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4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8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글로벌 운송 비용 증가와 함께 각종 판관비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궐련 수출량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KT&G의 설명이다.
외국계 담배 회사의 실적은 더 우울하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27% 감소한 5653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7억원으로 무려 50.3% 뒷걸음질 쳤다.
BAT코리아의 지난해 1월~8월 매출은 22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2% 감소한 수준이다. 또한 213억원의 영업손실과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이는 BAT코리아가 BAT로스만스로 통합되면서 지난해 8월까지만 실적이 반영된 내용이다. 앞서 BAT코리아는 지난해 8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BAT로스만스로 통합했다.
일본계 담배회사 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보다 36.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6.4% 줄어든 108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연구원들이 국내 판매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분석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권련형 전자담배가 이번 담배업계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담배 소비 시장이 권련담배에서 권련형 전자담배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재택근무 현상이 권련형 전자담배 수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게 담배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2021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시장 판매량은 4억4000만갑으로 1년 전(3억8000만갑)보다 약 15.8% 증가했다. 2017년 7870만갑 수준이던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과 비교하면 4년새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권련 일반 담배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고 감소하고 있다.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연초 담배 총수요는 635억6000만 개피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이처럼 담배 소비 지형이 일반 권련 담배에서 권련형 전자담배로 옮겨 가면서 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KT&G에 권련형 전자담배 스틱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필립모리스가 대표적이다. KT&G에 따르면 편의점 판매 기준 지난 2월 KT&G의 전자담배 스틱 점유율은 45%로 수년간 1위였던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전자담배 사업을 완전 철수한 JTI코리아 역시 실적 회복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JTI코리아는 2019년 연초고형물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출시했지만 일본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고전하면서 지난해 권련형 전자담배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담배시장의 무게중심이 일반궐련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일부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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