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규모가 경쟁국인 대만에 추월당한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시장점유율이 감소한 것은 미국의 중국 제재로 대만 반도체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이 2019년 화웨이, SMIC를 상대로 한 반도체 공급 규제 이후 주요 국가·지역의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8년 대비 2021년 한국의 점유율은 5.5%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대만의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의 점유율은 1.8%포인트 각각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공급 규제 개시 직전인 2018년보다 37.2% 증가했고, 대만과 일본 반도체 수입은 각각 57.4%, 34.8% 늘었다. 중국의 대만 반도체 수입이 증가한 것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 토종기업과 중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이 함께 미국 반도체 구매가 막히면서 대만산 반도체 칩 수입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은 6.5% 증가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규제에 따른 화웨이의 한국산 메모리 구매 중단,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이 2018년보다 13.7%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비메모리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 Controller Unit), 기타 반도체 수입은 각각 69.3%, 67.7% 증가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0년 9월 네 차례에 걸쳐 중국 화웨이, SMIC를 상대로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규제했다.
2018년 대비 2021년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의 주요국·지역 점유율 변화. (자료=전국경제인연합)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산업(반도체 집적회로 기준)은 2018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61.0%, 생산량은 94.0% 증가하는 등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중앙정부의 견조한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큰 첨단 노드(node) 파운드리 생산·장비·소재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올해 2월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50억달러(약 6조1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2위 업체 화훙반도체는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상하이증시 2차 상장으로 약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고 있는 만큼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K-반도체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의 R&D 투자, 세제 혜택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이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수출 경쟁국의 최근 10년의 수출 경쟁력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2011년 397억달러에서 2020년 829억달러로 10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수출액은 356억달러에서 1232억달러로 246.1% 늘었다.
국가별 수출 점유율 증감 폭을 보면 대만은 2011년 8.6%에서 2020년 15.6%로 7.0%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은 9.5%에서 10.5%로 1.0%포인트 확대된 것에 그쳤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 이후에 대만의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고, 특히 TSMC 위주로 점유율이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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