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올해말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 IPTV)서비스를 위한 공청회가 방송업계, 통신업계, 온라인포털업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IPTV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인 가운데 열렸으나 상호간 해묵은 현안을 확인했을 뿐 상호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는 유의선 이화여대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이해당사자간 감정적인 대립이나 성토를 자제하길 바란다”며 “IPTV법안의 4가지 주요이슈에 대한 부분을 법률적 검토와 의견 수렴의 장으로 공청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당부인사로 시작됐다.
유교수가 언급한 IPTV법안의 4가지 주요이슈란 ‘콘텐츠 동등접근’, ‘망동등접근’, ‘지배력전이방지’, ‘공정경쟁촉진’을 의미한다
공청회는 시행령 제정과 본방송을 목전에 두고 열렸지만 IPTV를 둘러싼 방송과 사업자간 해묵은 갈등의 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공청회는 각 이해당사자간 날선 공방만 오갔을 뿐 누구도 만족할만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보장하라 vs 못한다
가장 첨예하게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분야는 콘텐트 동등접근권. 콘텐츠동등접근권이란 IPTV사업자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위해 공중파방송과 케이블방송 등의 방송콘텐츠를 원활히 수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블방송업계를 대표하는 정성관 매일경제TV 이사는 “IPTV법안내 콘텐츠 동등접근에 대한 내용은 콘텐츠공급사가 자사 콘텐츠를 협상도 못해보고 내주는 것"이라며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콘텐츠공급사의 사유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심주교 KT 미디어본부 상무는 “사업자들이 공급사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뒤 “방송업계가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가 아니라 10%정도만 필요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성우 단국대법대교수는 “법안내 콘텐츠동등접근에 관한 조항은 콘텐츠제공업체가 IPTV사업자에게 영원히 공급하게 되어 있다”며 “처음에 (법안을) 살펴봤을 때 잘못 뽑아온 줄 알았다”며 콘텐츠동등접근에 대한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책임연구원은 “공정경쟁의 측면에서 볼때 콘텐츠동등접근을 보장해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가격산정방법이 법 조문 안에 없다”고 지적하고 “시행령이나 고시를 마련할때 가격산정에 대한 구체안을 마련해 콘텐츠공급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망을 쓰게 해달라 vs 다른 사업자를 알아봐라
이어 네번째 패널로 나온 김철균 오픈아이피티비 대표이사는 “요즘 초고속인터넷망사업자간 영업경쟁이 치열하다”고 운을 뗀 뒤 “IPTV서비스를 준비 때문에 KT측 인터넷데이터센터 이용을 서면으로 요청했더니 이상한 이유를 내세우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대표는 이어 “KT와 같은 통신사업자들은 망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 IPTV 신규진입장벽이 시작부터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성토하고 “비용을 지불할테니 제발 인터넷망을 나눠쓰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반응에 이상직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IPTV법안은 방송법과 통신법을 버무려 만들었는데 방송법적인 측면보다 통신법적인 측면이 훨씬 잘 구성돼있다”며 “이 정도면 망동등접근에 대한 원래 취지가 잘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하나로텔레콤 상무도 “법안 자체가 망동등접근에 대한 단계적 수순을 잘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IPTV사업자가 처음 시장진입을 잘할 수 있도록 콘텐츠동등접근에 대한 논의나 심도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홍대식 서강대법대교수는 “법학자로써 사업자간 이해를 반영할 수 없지만 현행 IPTV법안은 망설비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고 말하며 “법안 자체가 자기보유설비도 내주도록 해석이 가능해 기간설비와 자기보유설비에 대한 구분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거대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다 vs 이제 신규사업자일뿐이다
김종규 문화방송 뉴미디어부장은 “통신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KT같은 사업자가 IPTV시장에서도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워 저렴한 서비스융합상품 판매를 시도할 것”이라며 “(KT같은 사업자가 IPTV시장에서도) 통신시장과 동일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부장은 또 “현행법안처럼 IPTV사업에 대한 사업자의 회계분리가 아니라 법인을 완전히 분리시켜 공정경쟁을 정부가 유도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대교수는 방송계의 IPTV사업자에 대한 법인분리 요구에 대해 “법해석 관점에서 볼 때 IPTV법안에 적시된 회계분리가 지배력부당전이 방지수단으로 옳다”고 법안의 타당함을 옹호했다.
하지만 이교수는 “회계분리가 이론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조직의 공통비용을 회계적분리만으로 구분해내기 쉽지않다”고 시인했다.
정성관 매일경제TV 이사는 “KT같은 돈많은 회사가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되기 위해 묶어팔기, 끼워팔기를 앞세우면 법으로 보장된 콘텐츠동등권을 성실히 수행하는 콘텐츠제공업체의 공급수가를 낮춰 수지를 맞추려고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 IPTV방송에는 국민이 없다
양문석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국정홍보처까지 흡수한)방송통신홍보위원회가 IPTV사업자와 이해당사자간의 논리에만 끌려가는 현실이 실망스럽다”고 개탄하며 “IPTV는 분명히 (공익적 요소가 담보된)방송인데 시청자나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것은 한마디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사무총장은 “KT가 IPTV를 위해 발바닥에 부리나케 뛸 때 공적서비스로서의 IPTV라고 했던 대국민약속을 방통위만 몰랐나보다”고 말한뒤 “방송통신위원회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않냐”며 방통위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양사무총장은 이어 “방송통신홍보위원회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자유로운 접근권과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IPTV는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이며 국민의 알권리와 삶의 질과 관계있다”며 “공익채널의 확보와 소비자의 보호, 음란물의 기술적 차단 등으로 공익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양사무총장의 발언에 동조했다.
서병조 방통위 융합정책관은 마무리발언에서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보완한 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 확정 시행할 예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magicbullet@news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