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여성단체들은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이후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여성폭력 대처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지방선거 이후 여가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여전히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갈라치기' 표심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의 535개 단체 활동가들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근처에 모여 집회를 열고 성 평등 관점의 여성폭력 방지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대 측은 인수위에 면담 요청을 했지만,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여성 폭력과 관련한 현장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윤 당선인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가부 폐지 공약은 빈곤한 성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현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활동가는 “논리적 근거도 합리적 설명도 없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키겠다는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 인수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되었다면 왜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젠더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며 여성 정책과 관련한 업무를 분산하는 것은 여성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을 외면한 처사라고도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는 흩어진 부처에서 한참을 떠돌다 가정으로 돌아가 죽임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는 타 부처로 업무를 이관할 뿐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여가부 전담 업무를 법무부에 이관하는 것 역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허순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시설장은 “법무부는 지난 22년 동안 가정폭력 가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피해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핑계로 피해자에게 처벌을 전가해왔다”며 “피해자 관점이 없는 법무부로의 업무 이관은 절대 해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뭉치 소속의 성매매 당사자는 이날 서면을 통해 “여가부를 폐지하고 법무부로 이관한다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탈성매매할 기회를 앗아가고 처벌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성매매 현장의 착취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의 역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성인권실현을위한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의 도경은 활동가는 “윤 당선자는 자신의 행보를 용이하게 하고자 정부 개편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선거라는 민주주의적 장치를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여가부 폐지를 논하는 동안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여가부로부터 받는 최소한의 지원과 도움마저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도 이날 서면을 통해 여가부의 지원에 대해 증언했다. 아동 친족 성폭력 생존자의 발언을 대독한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가해자가 부모이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성단체를 통해 상담을 받고 지속적인 지지를 받았다”며 “성폭력 피해 당사자로서 여성폭력에 대한 전담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성평등부처 확대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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