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BTS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강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BTS의 팬층 대다수가 젊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반대 이면에는 윤 당선인에 대한 ‘강한 반감’이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여성들은 윤 당선인의 성 차별적 발언, 성별 갈라치기에 대한 반감으로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대거 투표한 바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6일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당선인에 바란다’에 BTS 취임 공연 반대 글이 이틀 만(지난 5~6일)에 1622개가 올라왔다. 이들은 ‘BTS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다수 올렸다.
발단은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발언이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일 KBS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진행자가 ‘취임식에 BTS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것도 지금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너무 화려하면서도 내용은 빈약하고 그런 것보다는 외관보다는 내실에 좀 중점을 둬라 이런 (윤 당선인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지금 취임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은 국민의 뜻을 겸손히 받들고 서민과 약자, 청년, 어린이 이런 분들을 항상 강조한다”며 “이번 취임식에도 그런 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그런 분들이 꿈을 가질 수 있고 실현이 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취임)식도 개최하고 취임사도 만들고 그런 취지로 본인의 기조와 맥락을 말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지난 2일 소속사 ‘하이브’를 찾으면서 BTS 취임식 공연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자 BTS 팬층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인수위가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당선인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BTS 취임식 공연 반대 글이 지난 5일부터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청원인은 “정당색이 짙은 새대통령 취임식에 와서 공연을 하라니”라며 “지금 BTS를 취임식에 쓰면, BTS의 순수한 아이덴티티(정체성·Identity)가 훼손된다”고 분통해했다. 이어 “안 그래도 윤석열이 마음에 안 드는데 국민이 더 분열될 것”이라며 “자기도 모자란 부분이 많은 것을 알면서 그것을 아이돌 가수로 빈자리를 메꾸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또 다른 청원인도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선출되어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얻어야 할 입장인건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은 인수 과정 및 직무수행에서 본인 스스로 얻고 이뤄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본인들 스스로 그 자리를 이룬 특정 가수의 업적에 숟가락 놓듯이 업혀 해당 가수의 입장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면서까지 지저분하게 얻어지는 위상이 지금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적개심을 보였다.
인수위 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선인의 취임식에 대한 입장은 ‘국민과 함께’, ‘검소하게 진행하자’였다”라며 “취임식준비위원회에서 BTS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해 보고받았거나 알고 있지 못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BTS 팬들은 왜 축하공연을 반대하나…젠더 갈라치기로 묵은 감정?
대통령 취임식에 유명한 대중가수가 축하공연을 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자신의 취임식에서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싸이를 축하공연에 올렸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당시 기부 선행으로 이름을 드높인 김장훈씨를 올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탄핵 정국의 엄중함을 이유로 대중가수의 축하공연을 없이 취임식을 진행했다.
20대 여성이 대다수인 BTS 팬들이 윤 당선인의 취임식 축하공연 추진 반대를 하는 데에는 ‘반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성들은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에게 유독 박한 표심을 보였다. 20대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에게 33.8% 지지한 반면,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58.0%로 높은 지지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한 여성 차별적 발언, 남녀 갈라치기에 대한 반감으로, 이 후보에게 대거 표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자시절인 2월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 등과 같은 발언을 하며 젊은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이 후보가 윤 당선인에게 “성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고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은 중요한 과제인데, 무책임한 말씀 아닌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실제로 한 청원인은 “용산 이전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BTS로 올리려고 하지 말라”며 “남녀 갈라치기, 계층 갈라치기 하는 정부와 뭘 하냐. BTS는 윤정부와 안 어울린다”라고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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