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하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할 때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정숙)는 5일 오후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녹지제주)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의료법을 위반한다는 해석이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등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제주도가 2018년 말 녹지제주에 대해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세운 것이 발단이 됐다.
녹지제주 측은 이 같은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해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4일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그해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녹지제주는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개설 조건 취소소송 1심 재판에서 제주도 측은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단 것이라고 맞섰지만 법원은 녹지제주 측 손을 들어줬다.
녹지제주와 같은 영리병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의료기관이다. 주식회사처럼 상법상 법인 자격을 얻어 민간자본 투자를 받고 결산 시 투자자에게 이윤을 배당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추후 판결이 확정되면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추구 병원이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까지 진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의료계 전반적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1호 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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