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산하 공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에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뿐만 아니라 통일부·교육부·과기정통부까지 산하 기관장이 사퇴 압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검찰이 정부의 직권남용을 수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성역 없는 수사'는 검찰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사 시점이다. 지난 2019년 입건됐던 사건이 3년 만에 진척을 보이자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검찰을 바라보고 있다.
검찰에게도 할말은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대법원 확정 판결이 지난 1월에서야 났고, 이를 확인한 뒤 수사 재개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전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사한 만큼 법원 판단을 보고 수사·기소 등 진행 여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검찰의 해명이 썩 시원하지만은 않다. 추가 소환 조사 없이 바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영장 발부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해석할 여지를 준다. 그렇다면, 그동안 검찰은 알아서 정권 눈치를 보았다는 것인가. 아니면 '뜨는 정부'를 위해 '지는 정부'에 칼을 겨누겠다는 것인가.
결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로 자신들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검찰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헌 정부든 새 정부든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면 검찰이 성역 '있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은 귀만 열고 있는 게 아니라 눈도 뜨고 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은 6년 연속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꼴찌라는 오명을 7년째에도 벗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배한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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