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금호석유(011780)화학의 제2차 '조카의 난'도 삼촌인 박찬구 회장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의 배당안과 사외이사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금호석화는 25일 시그니쳐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의 안건과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을 의결했다.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주주 확인 때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한 주주총회는 회사와 박 전 상무 측의 주주 접수 확인으로 인해 10시30분까지 늦춰졌다.
25일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후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 대해 투표가 진행됐다. 회사는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원에 우선주 1만50원을 제시했다.
의장을 맡은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공시한 배당 정책 기준으로 회사의 이익 규모, 투자 재원 확보 등을 고려했다"며 "전기 대비 약 143% 증가한 금액이고,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 목적의 주식 매입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보통주 1만4900원, 우선주 1만4950원으로 액수가 더 많았다. 박 전 상무 측은 "회사 배당안은 경쟁 업체나 여러 시장 상황과 실적에 비춰 너무 낮다고 본다"며 "연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배당 성향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발표도 주총을 앞두고 급조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회사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총 출석 1705만5300주에서 찬성 1169만2829주로 찬성률이 68.6%에 달했다. 박 전 상무의 안은 총 1705만4889주에서 찬성 543만4293주로 31.9%에 불과했다.
25일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사측 안건과 박철완 전 상무 측 주주제안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이후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에서는 표 차이가 더 벌어졌다. 회사가 올린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용우 환경재단 기획위원의 찬성률은 71.0%였다. 이에 반해 박 전 상무가 추천한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찬성 비중이 각각 29.6%, 29.0%였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에는 이 전 대표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있었으나, 사외이사에서 낙선함으로써 자동 부결됐다.
이날 주총 표결에서의 완패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박 전 상무의 시도는 좌절됐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3월26일 주주제안을 통해 박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으나, 표 대결에서 패하고 직을 상실했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도 주주제안을 하면서 "경영자로 복귀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이 글로벌 기업으로 비전을 제시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도록 '비전 경영'을 제시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혜안을 보여주며, 주주 가치 제고에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위너스피알)
회사는 자체 기대치를 상회할 정도로 이번 표 대결에서 크게 이겼지만, 주총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주주의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투표 후 회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주주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주주 정모씨는 "납득이 안 될 정도로 회사 가치가 산정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가진 자사주도 소각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또 다른 주주 이모씨는 "지난해 2차전지에 들어가는 바인더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후 아무 얘기가 없다"면서 "같은 해 중국 자동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왔다고 하던데, 언론플레이냐, 사실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백종훈 대표이사는 "자사주는 신규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며 "바인더는 개발했으나, 사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3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기차용 합성고무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주총 이후 박 전 상무는 전자투표제 미도입을 패인으로 꼽고 필요 시 임시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최대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이은 주주가치 제고 제안으로 회사 측이 주주들의 표를 의식해 주가가치 제고를 하는 등 움직임을 보여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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